▲ 김행주 울산광역시 시민건강과장

얼마 전 남구에 거주하시는 할머니 한분이 49세 중증장애 딸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다. 장애가 있는 딸이 울산에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듣고있는 내내 가슴이 짠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장애인 딸을 부양하며 겪은 노고가 얼굴과 마디마디 굽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온 몸에 묻어난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다행히 7일자로 울산대학교병원이 울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로 지정되었고, 센터를 신축하게 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정식진료를 시작한다.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고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울산은 1997년 7월1일 광역시로 승격돼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공공의료를 비롯한 의료인프라는 아직도 취약하다.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중에서 도청소재지 도시가 아닌 일반시에서 광역시로 승격된 유일한 도시다 보니 도시인프라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관내에는 국립의과대학이나 공공병원이 없어 모든 공공의료기능을 민간 의료기관에 위탁하거나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운영비 부담과 의료인력 확보가 늘 문제가 되어왔다. 그래서 이번 울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지정은 사회적 의료수혜의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깃든 민선 7기 공약이자 숙원이었기에 의미 또한 크다.

사람의 구강(입)은 신체 중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과 작용을 하는 기관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생명유지를 위해 음식물을 씹어서 맛을 느끼며 섭취하는 기능이고, 다음은 구음작용이다. 사람은 입으로 말을 하고 의사소통과 함께 점막에 의한 감염예방 등을 담당한다. 이(齒)는 젖니부터 영구치까지 세심한 관리와 사전에 정기적인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2차 질환도 쉽게 발생하는 등 건강상태가 열악하고 건강관리 역량도 낮다. 비용부담, 교통문제, 짧은 의사 대면시간,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 등 접근성이 크게 취약한 탓이다. 이로 인해 때맞춰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악순환은 이어진다. 공공의료사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울산지역의 장애인 수는 약 5만명 정도로 총인구수의 약 1.3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수는 1만5000여명으로 장애인 대비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약 30%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중증장애인의 구강질환과 관련된 치료여건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장애로 인한 기본적인 칫솔질 등이 어려울 수도 있고, 전신 질환으로 인해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리의 필요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2016년 국립재활원에서 발표한 ‘장애와 건강통계’에 따른 장애인 구강검진 수검률은 19.1%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 5명중 1명 정도는 구강검진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장애인에게 구강관리는 어려울 수 있지만 특히 전신마취가 동반되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병변장애, 간질장애, 정신적 장애의 경우 스스로 구강위생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치료시 환자의 이해와 협조 등에 문제가 있어 일반적인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렵다.

울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편리하고 우수한 시설뿐만 아니라 장애를 이해하고 다른 환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헤아리는 의료진의 소명의식과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호흡기 없이는 숨 쉬기가 어려운 뇌병변 장애환자를 2시간에 걸쳐 양치질을 한다거나, 몸의 움직임이 뜻대로 안되어 진료실까지 들어와 앉는 시간만 수십분이 걸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에 깔려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치를 위해 애쓴 울산대학교 병원관계자와 구강진료센터가 빠른 시일내 운영되도록 지원해준 울산시의회와 울산시장애인부모회를 비롯한 장애인단체 임원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시작은 다소 더디지만 전국의 우수사례들을 접목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울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로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김행주 울산광역시 시민건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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