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는
시장이 정치적 논리로 동조해선 안돼
시민 관점서 가장 유리한 방안 찾아야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지방자치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또는 지방정부 간 갈등과 협력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지역경제, 교통, 환경 등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의 분담을 둘러싸고는 상당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이는 어느 지방정부나 자기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최소화 하고 누리는 혜택을 최대화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면, 과연 울산시가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대구-경북이 지지한 밀양과 부산-경남이 지지한 가덕도가 대립하는 등 10년을 끌어 오는 우여곡절 끝에 3년 전인 2016년,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5개 지자체가 합의하여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이 확정되었다. 일단락되었던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현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이슈화됐다. 올해 들어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하여 김해신공항 문제의 국무총리실 검증을 약속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이 사라지고 부산이 주장하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당초 안대로 하면 2026년에 준공 예정이었던 영남권 관문공항이 언제 그리고 어디에 들어설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실 울산은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밀양이나 가덕도 모두 괜찮으니 빨리 관문공항이 들어서서 서울을 거치지 않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을 했으면 하는 것이 울산시민들의 신공항에 대한 인식이었다. 다만 이동거리 등을 감안하여 밀양을 지지하는 여론이 다소 앞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이유로 영남권 관문공항 재검토를 이슈화 한 부산시장의 주장에 울산시장이 선뜻 동조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차피 정치적인 논리로 이슈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산시장이야 부산의 이익을 위해서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주장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울산시민의 이익을 수호해야 할 울산시장의 입장은 달라야 할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의 백지화는 관문공항 건설을 상당기간 지연시킬 것이고, 이로 인해 울산시민들이 겪어야 할 불편 또한 커지고 장기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는 이른바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재평가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이 단장인 이 검증단에 울산시를 대표하여 참석한 사람이 누구이며, 이들이 어떠한 기준으로 울산시민의 입장을 평가에 반영하여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지금이라도 울산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해야 할 논리와 근거를 시민들에게 소상히 제시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폐기하거나 변경할 때는 그 사유를 분명히 밝히고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민주적 정책과정의 기본일 것이다. 더구나 가덕도는 김해에 비해 울산시민의 입장에서 유리한 지역도 아니다.

지방정부 정책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울산시가 주도적으로 영남권 신공항의 최적 입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여론을 수렴한 다음, 울산시민의 관점에서 신공항 입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적어도 울산시장이라면 울산시민이 이용하기에 가장 유리하고 편리한 지역을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울산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 입지 문제가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울산시장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정치적인 이유로 부산시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면, 울산을 부산의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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