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 임시운행허가 ‘자율주행 2호차’ 탑승기

 

올 연말께 전국 도심공원 중 최대면적을 자랑하는 시민휴식처 울산대공원에 가면 울산형 기술로 만들어진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차량 스스로 상황과 기능을 판단해 제어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더이상 영화 속 이야기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자동차도시 울산에서 자동차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자율주행차 실증사업이 한창으로,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어 기대가 크다.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 직격탄 울산
스마트 자율주행차 실증사업 박차
市, 35억 들여 기관 9곳과 기술개발
센서 오류방지등 업그레이드 주력
지역 자율주행차 사업 주도 KAR
자율주행기능 탑재車 상용화 박차
고용창출·기업유치등 효과도 기대

◇자율주행차량 울산 도로 시범주행 성공적

울산 북구 이예로(옥동~농소2구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 2호차가 운전자의 핸들 및 페달 조작 없이도 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자율주행 2호차는 차량들이 끼어들어도 안정적으로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운전석에 있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대표 최성재 KAR 대표이사는 “자율주행 기술 레벨로는 3~4단계(핸들과 페달에 손발을 뗀 자동화 단계)로, 돌발상황에서도 제어시스템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이어진 실제도로에서의 자율주행 테스트에서 작은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울산시는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 2017년 4월부터 올해까지 약 35억원을 들여 울산테크노파크와 KAR 등 자동차 부품기업 등 9개 기관이 참여하는 자율주행차 제작 및 실증사업을 진행중이다. 주변 환경 인지를 담당하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첨단 센서와 액추에이터(제어 신호에 따라 가·감속, 제동 및 핸들 조작 실행 장치)를 통합하고, 호환성 검증 과정을 거쳐 내연기관 기반 자율주행 1호차와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 2호차를 각각 제작했다.

▲ 황현태 울산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팀장과 KAR 최성재 대표이사가 울산 북구 이예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중 핸들에서 손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는 앞서 차량 사이드미러에 라이더 카메라를 설치, 레이저로 빛을 쏴 주변 사물 등을 감지하는데 실제 도로 주행에 필요한 V2X(Vehicle to Everything·무선 통신을 통해 차량 운행 중 확인되는 신호등 등 도로 인프라와 각종 교통·보행자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 인프라를 북구 이예로 가대 교차로~중산 교차로(7㎞) 구간에 설치하고, 지자체 최초로 정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고 인지·판단 능력과 주변차량 인식능력 시스템 향상, 센서 오류 방지 등 자율주행차 업그레이드를 위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최 대표는 “울산에서 진행하는 자율주행 개발 콘셉트는 누구나 이용가능한 오픈 플랫폼이다”며 “다양한 기업들이 오픈 플랫폼 차량을 통해 부품 개발과 성능 검증을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협업해 궁극적으로 울산시는 물론 한국의 미래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에 함께 기여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 올해 연말 울산대공원에서 시범 테스트 운행 예정인 자율주행 셔틀버스 상상도.

◇울산형 자율주행 셔틀버스 개발 및 상용화 기대 ‘모락모락’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업체간 경쟁 심화, 친환경·스마트 자동차의 등장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중심이자 전초기지 역할을 한 울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경우 R&D 투자가 제한적이라 위기감이 남달랐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울산시가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꺼내든 것이 ‘스마트 자율주행차 실증사업’ 등 미래형 자동차 부품 신기술 개발이다. 세계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전세계 판매량이 오는 2025년 100만대, 2040년엔 신차 판매의 26%인 3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착화돼 있고 관련 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미래형 자동차 기술개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시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전장부품, 모터, 센서 등 첨단 자동차 부품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 여건을 마련해주면 이들이 지능형 미래자동차 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지역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울산에서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KAR이 최근 울산지역 내 공장에서 제작된 자일대우 25인승 버스를 자율주행화 시스템이 적용된 무인셔틀버스로 제작·개발중에 있다는 것이다. 버스 안에는 정보와 오락을 함께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도 들어간다. 빠르면 올 연말께 ‘메이드 인 울산’ 자율주행 무인셔틀버스가 울산대공원에서 테스트 성격으로 시범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 도로가 아닌 울산대공원이라는 특정 공간을 저속운행하는 만큼 테스트 과정에서 안전성 부분만 확실히 확인된다면, 추후 울산형 자율주행 운송수단의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기대된다. 울산대공원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그 자체로도 색다른 즐길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현태 울산테크노파크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팀장은 “지역에서 제작·생산된 버스에 울산에서 실증사업을 벌이는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상용화가 된다면 지역 내 고용창출은 물론 관련 기업 유치 등의 유발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향후 일자리창출을 포함한 직·간접적 효과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미래자동차 산업 신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중인 울산시는 오는 2022년까지 부품 R&D 개발과 차량 제작 및 실증으로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한 미래 자동차산업을 육성해 간다는 계획이다.

글=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도움=울산시 자동차조선산업과·울산테크노파크·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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