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울산동부운영센터 과장

가정의 달 5월의 대표적인 날인 어버이날에는 예전 같으면 카네이션을 사서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이 당연시 되어왔지만, 최근에는 어느 집안에건 치매를 앓는 식구가 한 명씩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인 치매로 인해 소위 ‘간병살인’이라는 이름이 카네이션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전북 군산에서 80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10년간 돌보다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앞서 2월에도 충북 청주에서 40대 아들이 10년간 돌보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되는 등 해마다 치매로 인한 사건 사고는 늘어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10.16%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는 얘기이며, 초고령사회가 되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1051만명으로, 노인 1000만 시대에 치매 100만 시대가 되는 셈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이 되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선포한 ‘치매 국가책임제’로 돌봄의 역할을 사회와 국가가 분담하면서 간병에 대한 부담은 덜어졌으나 치매라는 병의 특성과 빠른 고령화의 여파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치매 말기증상을 치매의 대표증상으로 이해해 조기 발견을 놓치게 되고, 노인의 수명뿐 아니라 간병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들도 고령자가 많아 변화된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도입한 지 10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으며, 증가하는 치매노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을 도입하고, 치매 국가책임제가 본격화되면서 전국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노인의 삶의 질을 생각해보면 충분한 서비스나 돌봄을 만족스럽게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실태조사를 봐도 노인 중 57.5%는 아프고 몸이 불편해도 평소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Aging In Place)한다. 여기에 착안하여 치매 국가책임제는 기존 격리시설 중심이 아닌 ‘커뮤니티 케어’ 즉, 지역사회 내 돌봄 체계로 방향을 선회했다.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치매의 조기 진단을 위해 ‘찾아가는 방문건강서비스’가 대폭 확충되고, 가족의 치매가 의심스럽거나 걱정이 된다면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일반 조기검진을 통해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인지자극 프로그램을 주3회 이용할 수도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이 있는 수급자라면 전문적인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초 고시와 법이 개정되면서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설립의 진입장벽이 대폭 완화되어 치매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훨씬 수월해져 집에서 가까운 시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

또한 커뮤니티 케어 사업으로 추진되는 치매 안심마을은 지역주민, 치매노인과 가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주민의 관심과 참여로 치매 예방과 함께 Aging In Place가 실현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정책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치매환자 돌봄을 강화하는 이유는 진행성 질환인 치매가 만성화,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의료보다는 치매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통한 심리사회적, 일상생활의 지원이 강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전변기(轉變期)를 겪고 있다. 단순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사회변동의 전부는 아니다. 인구구조뿐 아니라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시대 변화에 맞춰 국민의 다양한 욕구에 귀 기울이고, 어르신은 물론 간병하는 가족까지 보듬어 왔고, 현재도 미래도 진행형이다. 다가올 치매 100만 시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몸이 편하고, 자신의 발걸음으로 걸어야 발이 편하듯 치매환자와 가족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 할 것이다. 지은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울산동부운영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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