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이제는 수학 없이는 영화를 만들기 어렵게 되었다. 2017년 ‘어메이징 메리’라는 영화가 있었다. 원제는 ‘Gifted’. 주인공 천재 소녀는 외삼촌과 같이 살고, 그녀의 어머니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었으나 그것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자살한 여성 수학자로 설정한 영화이다.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는 미국 캠브리지에 있는 클레이수학연구소가 2000년에 선정한 7개의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이다. 점성을 가진 유체의 운동을 나타내는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으로 클로드 루이 나비에와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가 처음 소개했다.

점성을 가진 유체의 운동 방정식이니 날씨 모델, 해류, 유체흐름, 혈관내의 혈류, 오염물질의 확산 등 그 사용이 광범위하다. 특수한 경우에는 방정식의 해가 존재함이 많은 수학자들의 노력으로 증명됐으나, ‘3차원 공간에서 이 방정식의 강해가 항상 존재하는가’는 증명되지 못했다. 그래서 3차원의 경우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강해가 존재하거나, 유한 시간 안에 폭발하는 해가 존재함을 보이는 것이 밀레니엄 문제이다.

나비에 스토크스 정리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때문이다. 2001년에 상영된 만화영화 <슈렉>의 제작진의 말에 의하면 영화 제작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우유를 컵에 따르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시각적으로는 단순해 보이나 그 당시 컴퓨터 그래픽에서의 유체의 흐름은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이 쓰이는 고난도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포세이돈>이나 <해운대>의 화면을 덮치는 장대한 해일 장면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의 거센 파도와 포말 등에도 어김없이 나비에 스토크스 정리가 쓰인다. 직접 촬영하기 힘든 물, 연기, 불 등을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사용하면 변수나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선정한 7개의 밀레니엄 문제 중 해결된 것은 2006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한 은둔의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푼 푸앵카레 추측뿐이다.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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