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스승의 날 기념 교원포상에 대한 공문을 접수하고 나서야 ‘아! 스승의 날이네’라는 자각을 했다. 매년 ‘스승의 날’ 즈음이면 교사를 넘어선 ‘스승’이라 불려야 할 분의 미담이 언론에 노출되었고, 그럴 때면 인간적 존경과 더불어 직업인으로서 나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을 함께 느껴야 했다. 아니면 오히려 교사라는 직위를 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의 사건이 일어나 ‘스승의 날’ 폐지를 지지하는 댓글을 잔뜩 읽으며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아무날도 아닌 것 같은 해는 또 처음이다.

매년 담임을 하면 아이들이 칠판에 “선생님! 사랑해요!”도 써주고, 노래도 불러줬다. 올해는 학생들이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떠났고,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학생인솔을 위해 출장을 갔다. 그래서 아이들의 빈자리가 역력한 학교에서 행정업무 처리만 하고 퇴근한 5월15일. 모바일메신저가 와있었다. “선생님, 스승의 날을 맞아 연락드립니다.”와 같은 점잖은 인사부터 “쌤~우리 안보고 싶어요?”의 애교 섞인 질문까지 다양한 아이들의 손짓이 담겨 있었다.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며 그 어느 해보다 더 진심을 담았다. 5월15일이 그냥 지나가지 않게 해준 아이들의 연락이 고마웠다.

우리 사회에서 ‘스승’은 가르치고 이끄는 존재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자기희생적 자세를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래서 ‘스승’은 교사가 받기에 황송한 칭호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다. 나 역시도 새내기 교사 시절에 아이들이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라도 달아주면 어쩔 줄 몰라 하곤 했다. ‘스승은 무슨? 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스승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사로서 직분을 다하는 것도 하루하루 버거운 생활인이다. 하지만 스승의 날에 ‘수고했어!’라는 인사를 서로에게 건낼 수 있는 떳떳함과 자부심이 교사공동체에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학생들의 성장에 애면글면하며 맘 졸이는 교사들이지 않은가. 부모님들도 포기했다는 지각대장을 매일 전화로 깨워주고, 친구 문제로 성적문제로 울먹일 때 함께 고민하고, 학습지를 매일 잃어버리는 아이에게 교무실에 뛰어가서 다시 복사해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교사다. 교사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면 어떤 주제로 시작된 모임이든 10분도 못가서 학생들 이야기만 한다. ‘누구가 요즘 표정이 어두워졌던데 무슨 일이 있는지, 누구가 국어 수업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그 내용이 참신했다’하며 학생들에 대한 걱정과 칭찬이 쏟아진다. 부모님 외에 우리 아이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이만큼 생각하는 사람이 교사 말고 있을까?

그러니 교사로서 스승의 날을 칭찬과 다짐의 날로 삼아보면 어떨까? 학생, 학부모들이 챙겨줘야 하는 날이나, ‘교권이 바닥인데 스승의 날은 무슨….’이라는 자조의 날은 아니길 바란다.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보낸 시간들을 칭찬하고, 교사에서 스승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지 말자. 어느 교사가 스승의 날 동료교원들과 나눠먹을 떡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내년 스승의 날에는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떡이라도 나누며,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라는 자부심으로 우리의 열심을 칭찬하기로 다짐해 본다.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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