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최전선에서 핵심 역할
감정적 부담·긴장감등 이직 심해
거친 언행 삼가, 격려와 지지를…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5월12일은 간호사의 큰 스승인 나이팅게일의 탄생일로 이를 기념해 국제 간호사의 날로 정해져 있다. 울산에서도 얼마 전 이를 기념한 행사가 동구 모 예술관에서 있었는데 필자도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하는 영광을 얻었다. 초청을 받았을 때 어떤 중요한 일이 생겨도 꼭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진료 현장에서 매일 느끼는 간호사들의 환자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탁월한 업무 능력에 동료로서 항상 빚지고 있다는 마음의 부담을 좀 덜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의사를 포함한 구성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직종이 바로 간호직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학 나와 취직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간호학과 학생들 중 취업을 걱정을 하는 학생은 아마도 한명도 없을 것이다. 다만, 본인의 취향에 따라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사를 포함한 많은 기존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그 일자리가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휴모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가 일상에서 우리를 원활히 보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간호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간호사들이 환자와 보호자를 접하면서 받는 감정적 부담과 긴장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료를 보면 갓 취직한 간호사 셋 중 하나는 너무 힘들어 조기에 그만둔다고 한다. 또한, 간호사 평균 근무연수가 6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직종인지 가늠할 수 있다. 진료 시 불편한 점이 있어도 간호사에게 최소한 거친 언행은 삼가 해주시길 지면을 통해 간곡히 당부 드린다.

한편, 우리 인생살이가 항상 고통만 있진 않듯, 의료의 최전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에게도 힘든 만큼 예전보다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간호사의 활동 영역은 의료인이 아닌 분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게 확장되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호 고유 영역을 벗어나 임상경력이 있는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주요 분야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병원 행정을 들 수 있다. 병원은 일반 회사와 달리 훨씬 다양한 직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직종 간 이해를 조절해 협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로 경험 많은 간호사만큼 적절한 이가 없다. 따라서 어느 병원이나 유능한 간호사는 병원 행정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 밖을 보면, 공직으로는 보건직 공무원, 보건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들 수 있다. 이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예를 들어보면, 수천 명에 이르는 건강보험 심사직 대부분이 종합병원 간호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그 외에 일반 분야를 살펴보면, 보험회사, 제약사, 임상시험수탁기관, 임상연구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점차 그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간호사의 미래는 기존 의료 현장 뿐 아니라 사회 의료 인프라, 제약 및 의료 산업에서 필수 인력으로 그 자리를 공고히 해 갈 것이다.

한편, 이러한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수요 증가는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서울, 수도권 그리고 대도시로 간호사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여 울산에서 타지역으로, 의원에서 병원으로 간호사 유출과 이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의료계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미래 울산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많은 간호사들이 시민들 곁을 지켜 줘야 만 한다. 간호사들이 지치지 않고 자긍심을 갖고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아야겠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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