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물동량·환적화물 유치
석유거래 기능까지 갖춘 오일허브
부두운영의 효율성 높일 대책 시급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2017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액)는 1조5308억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했고, 2018년 수출액은 6052억달러로 세계 6위를 달성했다. 세계 최빈국층이었던 한국이 이렇게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그 중에서 공업화와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우선으로 꼽을 수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원자재를 수입·가공·수출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필수적 시설이 도로와 항만, 공항 등인데 이 중 항만을 통해서 수출의 99.8%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시민들은 항만에 대해서 관심도도 낮고 특히 정·관계나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5월31일 바다의 날을 앞두고 울산항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국가성장의 엔진역할을 한 울산이 제1차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주요사업인 ‘특정공업지구’로 선정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항만으로서 최적의 여건을 갖고 있다는 것. 일본이 1936년 한국의 병참기지계획을 수립한 곳이 바로 울산인데, 이유는 파도가 적고 수심이 깊으며 조수간만의 차가 작은 울산만에 항만을 건설하고 임해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울산항은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의 항만물동량을 처리했으나 김대중 정부시절 투-포트(two-port;부산·광양) 육성정책 이후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울산항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산업지원기능 항만이다. 울산의 산업은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수출하는데 울산항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2000년대 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39.5%에 달했다. 그 만큼 울산항은 울산이 산업수도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세계 4위 액체화물 처리항만이다. 울산항에는 SK와 S-OIL 등 정유사와 보팍과 오드펠 등 세계적 탱크터미널 사가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 등 액체화물은 물량의 급격한 증가는 어려우나 안정적 수요를 가지는 강점이 있으며, 지난해 총 물동량이 2억300만t이었는데 이 중 82%가 액체화물이다.

1963년에 개항한 울산항은 그 동안 몇몇 발전의 계기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울산항만공사’의 설립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국가에서 직접 항만을 관리하는 나라는 중국 등 몇몇에 불과하고 대부분 공기업이나 자치단체 등이 관리한다. 이유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필사의 노력을 하며 특히 이익금을 국가로 보내지 않고 당해 항만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항만업계와 울산시 등의 노력으로 항만공사가 설립된 이후 항만개발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해 ‘스마트 항만’으로의 발전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만물류 데이터를 토대로 스마트 항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AI를 적용한 선박접안보조시스템에 이어 환경과 방역분야에서도 로봇을 개발해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세계적 항만으로의 도약을 위한 과제도 안고 있다. 먼저, 부가가치가 높은 물량 위주의 신규 물동량 확충이 필요하다. 울산에서 타 항만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데 우선 이러한 물량의 유치가 필요하고,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다음은, 이름에 걸맞는 오일허브사업 추진이다. 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대규모 석유정제·가공·저장 시설과 물류기능 및 석유 거래관련 기능을 갖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시설만 갖추는 반쪽짜리 사업이 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관련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보다 획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본항 부두기능 전환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물동량의 체선, 체화 현상은 많이 감소됐으나, 석탄과 같이 해당 부두에 가지 않으면 하역이 안되는 특정화물의 경우에는 체선률이 높아 물류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부두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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