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 교수

언어사용자의 머릿속에 있는 말소리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설명하는 학문 분야를 음운론이라 한다.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 등 개별 말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 말소리의 길이나 높낮이, 세기, 쉼 등과 같은 운소에 대한 약속, 홀로 발음될 수 있는 말소리의 단위인 음절에 대한 약속, 말소리 끼리 만날 때 일어나는 말소리의 변화에 대한 약속을 따져보고 이해하는 언어학 이론의 한 분야이다. 음운론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우리가 알아두면 유익한 발음 현상 하나를 먼저 알아보도록 한다.

‘민주주의의 의의’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서는 어문 정보가 필요하다. 이 발음 과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의’ 발음에 관한 기본 원칙을 알아야 한다. 첫째, 첫음절에 오는 ‘의’는 [의]로만 발음해야 한다. 둘째, 이음절 이하에 오는 ‘의’는 [의]또는 [이]로 두 가지 발음이 허용된다. 셋째, ‘의’가 조사로 활용될 경우는 [의]또는 [에]로 발음을 허용한다. 그러면 ‘민주주의의 의의’ 발음의 경우 수를 모두 나열해보면, [민주주의의 의의], [민주주의의 의이], [민주주이의 의의], [민주주이의 의이], [민주주의에 의의], [민주주의에 의이], [민주주이에 의의], [민주주이에 의이] 이상 8가지 경우의 발음이 가능하다.

우리말을 바르게 활용하기 위한 한글맞춤법 제1장 총칙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어야 하지만, ‘어법에 맞도록 함’이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는 표준어가 될 수 없다. 반드시 어법에 맞도록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본다. 철수가 내 발을[밥꼬]있다. 내 발 좀 [밥찌]마라. [ ]속의 표기는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일상 언어생활에서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면 맞춤법에 어긋난다. ‘밟고, 밟지’로 표기해야 한다. 이런 표기 방법을 기본형이라 한다. 우리말 맞춤법은 기본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표기법과 실제 읽는 발음은 다르기 때문에 음운론을 통해 발음 현상을 따져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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