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최근 울산 정치권에선 시민들의 눈높이에 다소 어긋나는 ‘과한 칭찬’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16일 제204회 울산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손종학 의원이 ‘열심히 일한 송철호 시장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 칭찬합니다’를 주제로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지난해 7월 송철호 시장이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겨울철 바람 피할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 대공원 쉼터에 바람막이 비닐벽을 설치한데 대해 ‘시장과 공단 이사장이 바뀌니 기적이 일어났다’고 표현하고, 아직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부유식 해상풍력과 관련해 세계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소 운영회사, 국내외 기업의 투자 및 투자협약에 대해 ‘성공을 예감한다’고 평가하는 등 극찬했다.

당시 5분 자유발언 원고는 의사당 내에 설치된 프롬프터를 통해서도 그대로 흘러나왔고 ‘칭찬합니다. 짝! 짝! 짝!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를 남발했다. 물론 원고에는 격려를 표현하는 ‘짝! 짝! 짝’이 포함돼 있었지만 손 의원이 실제로 읽거나 박수를 치진 않았다.

같은 당 소속 시장의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그동안 이룬 성과를 격려 차원에서라도 칭찬할 수 있지만 일각에선 시정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시의원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공개석상에서 과하게 송 시장을 칭찬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7개월 연속 지지도 꼴찌에 머물며 고민에 빠져 있는 송 시장 입장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의 과한 칭찬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취임 2주년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의 논평도 일부 아쉬움을 남겼다. 시당은 문 정부들어 ‘최대 수혜자가 울산’이라고 평가했다. 시당 입장에선 자유한국당 정부에서 거의 10년간 추진됐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울산외곽순환도로와 산재전문 공공병원 유치 등이 문 정부 들어 예타 면제사업으로 확정된데 대해 충분히 자랑할 일이다. 첫 삽을 뜰 수 있게 ‘예타 면제’를 이끌어낸 민주당 시당과 민주당 지방정부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보낼 일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각 시·도별 예타 면제사업이 발표된 상황에서 울산의 경우 외곽순환도로에 일부 시비를 투입해야 한다거나 기대에 못미친 공공병원 규모 등으로 ‘반쪽짜리 예타 면제’라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자축이 과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타인에게 좋은 말을 계속 해주고 기대와 관심을 보여주면 듣는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 주변의 환경이 바뀌게 되고 잠재력까지 끌어올려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의미다.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한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낙인찍히면 실제로 더 나쁜 행태를 보이고 부정적 인식도 지속된다는 스티그마 효과라는 말도 있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송 시장이나 문재인 정부, 민주당 시당에 대해 일부러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낙인을 찍을 이유는 없다. 다만 주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칭찬은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되고, 칭찬받는 당사자는 이유와 본질을 이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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