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하루종일 비 바람이 거셌다. 강수량은 16.4㎜로 많지 않았지만 순간 최대풍속이 16.3m/s(울주군 간절곶)에 달했다. 18m/s 이상이면 소형 태풍급이라고는 한다. 센바람이긴 했으나 도심에선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고가 잇따랐다. 남구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철골 구조물이 넘어져 일대가 통제됐다. 중구에서는 건물 외벽 마감재가 탈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구에서는 가로수가 넘어지고 천막이 뒤집히기도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이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중구 태화·우정시장이 완전 물에 잠기는 참변을 당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장마와 태풍철이 다가오면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이유다. 그리 많지 않은 비와 바람에 여러 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는 대형사고의 반복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문제로 경상자가 29명 발생하며, 역시 같은 문제로 다칠 뻔한 사람은 300명 존재한다고 했다. 1:29:300다.

요즘엔 장마예보가 없어졌지만 6월은 전통적으로 장마철이다. 장마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의 인명 피해가 없는 사고를 예방주사로 여기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천재지변의 원인에 대한 진단결과가 인재(人災)로 드러난다. 이는 우리가 철저하게 예방을 하면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사실 27일 비바람은 사고를 동반할 정도는 아니었다. 안전의식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다. 태풍 차바를 겪으면서 그 어느때보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을 체험한 울산이다. 태풍 차바로 피해가 극심했던 것도 울산이 수십년간 큰 자연재해가 없었기 때문에 대비에 방심했던 것을 원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하게 재해를 겪은지 겨우 2년여 밖에 안지났음에도 벌써 안전의식이 실종돼 버린 것은 아닌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는 울산지역 여러 곳에서 고루 발생했다. 따라서 지자체들의 안전의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차바로 인해 재해를 입은 지역 중 일부는 아직 정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정책이 안전이다. 주민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지자체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자체들은 촘촘한 감시망을 동원해 지역내 안전이 허술한 곳을 찾아내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가 많아지는 여름철, 안전한 울산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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