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방충망에 앉아 떠는 파리 한 마리
잘 골라 앉아야지 천리마 잔등에나
남북을 가로지르는 비행궤적이 부시다

▲ 김정수 시조시인

‘방충망’이 꽃자리인 줄 잘 못 알고 앉아 있다. 그런 파리를 보고 ‘너 잘못 앉았다, 한눈팔지 말아라’ 나무란다.

천리마 등에 앉으면 천 리를 갈 것을. 파리를 보고 그 모양으로 떨고 있느냐고 또 나무란다.

이윽고 파리는 내가 앉아야 할 자리가 아니구나, 알아차리고 윙윙거리며 남과 북을 가로지른다.

그렇게 날아본 들 마음 놓고 살 제자리는 아무데도 없다. 떠돌이 파리는 어디를 가나 푸대접이다.

쏜살같은 파리의 비행을 바라보며 시인은 눈부시다고 한다. 방충망에 앉았다 날아 간 파리의 ‘꽃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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