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울산문화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은

▲ 부산 해운대구는 축제기간 민간단체·학생들을 대상으로 축제진행 상황등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해운대 모래축제 장면. 연합뉴스

정부 정책, 지방 문화낙후지로 인식
문화 매개자 역할 문화예술교육사
본래 취지보다 취업관문으로 여겨
지역 문화환경·이해 높일 정책 필요

필자는 대안언론(기존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언론)이 대중의 미디어 리터러시 형성과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 뭔가 새로운 기류나 인물,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활동이나 아이디어가 예상외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리터러시는 매체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와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같은 흐름은 문화예술정책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적용된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열린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전국에서 모인 40여명 교수진 중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산하기관 관계자들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사회통합과 문화정보’ 세션에 참여해 지역 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하는 다양한 방안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기조는 장르를 불문하고 서울 외에는 문화예술 낙후지역으로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문화예술을 지역에 전파하는 방식 역시 영상이라는 한정된 방법으로만 결론짓고 있었다. 서울의 공연과 전시를 영상으로 제작해 지역에서 상영하거나, 홀로그램 또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서울과 동시관람하도록 여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중심의 문화권위주의를 엿보았고, 문화정책 연구·결정주체를 결정함에 있어 지역성이나 리터러시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했다.

리터러시의 정체성과 중요성은 1960년대 프랑스의 문화민주화로부터 시작된다. 고급예술의 창작 활성화와 대중적 보급을 목적으로 한 문화민주화는 결과적으로 소수 엘리트 계층만이 고급문화의 혜택을 누리게 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켰고, 이에 따라 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민주주의로 전환했다. 이는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매개자를 통해 대중의 문화예술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2012년부터 문화예술교육사를 양성해왔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사가 문화매개자로서의 역할보다 전공자들의 취업관문으로 인식되면서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문화매개를 위한 정책의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지난 24일 학생들의 현장학습 일환으로 ‘제15회 해운대 모래 축제’를 참관했다. 해운대구 관광문화국의 축제 담당 공무원과 동행하며 축제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축제발전을 위한 향후 계획을 묻자 공무원은 지역축제를 주관하는 민간단체들의 관행과 비전문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시민의 문화예술교육을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수당을 지급하며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우수 교육생은 지역의 축제 및 문화전문인력으로 구(區)가 채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통해 해운대구가 지역성과 문화매개를 위한 정책 실현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울산은 문화예술 향유 환경과 문화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리터러시 향상과 문화매개 형성과 관련한 정책이 울산의 문화예술정책에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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