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물적분할에 따른 본사소재로
극한으로 들끓는 지역정서를 달래줄
MJ의 정치고향에 대한 통큰 결단 기대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MJ(정몽준)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국민통합21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유력 여야후보 가운데 여론 1~2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우여곡절끝에 당시 노무현후보에 밀려 도전이 좌절됐다. 이어 10년뒤인 2012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땐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박근혜후보와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두번째 마저 좌절됐다. 울산동구에서 내리 5선 국회의원에 이어 6선땐 큰 꿈의 실현을 위해 서울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MJ는 ‘울산=정치적 고향’이라는 등식이 늘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대권꿈을 접고 정계를 떠난다는 소식엔 울산으로선 큰 정치적 손실을 가져왔을뿐만 아니라 대권꿈의 실현은 상당기간 ‘연목구어’가 될 것이라는 허탈감마저 없지 않았다. 당시 MJ의 대권 꿈에 대한 기대감은 울산에 본사를 둔 언론사 기자로서의 차원만 아니었다. 울산에 뿌리를 내려 세계적 조선사업으로 우뚝선 현대중공업의 실질적인 CEO라는 점과 ‘국가경영과 성공한 CEO’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이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나라경제가 허우적 거리며 위기땐 최고지도자의 덕목으로 ‘정치+세계적 전문경영인+글로벌 리더십’이라는 탁월하고도 경쟁력을 겸비한 콘셉트가 ‘청와대’로 관통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증폭된 것은 자연스러운일. MJ에 대한 대권꿈은 ‘미완의 작품’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하지만 경제적·기업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MJ의 ‘분신’과 다름없다. 정치적 관점을 떠나 지금까지도 MJ=현대중공업=울산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연동되고 있는 현실 역시 MJ에겐 현대중공업과 울산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는 확실하고도 분명한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에 따라 설립되는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울산존치를 촉구하는 지역여론이 각계각층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울산시와 지역정치권, 경제계, 노동계를 비롯한 60여 단체로 구성된 범시민 비상대책회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서울 이전이 가져올 심각성에 사즉생 각오로 전방위 대처중이다. 특히 울산 한가운데서도 서민경제가 사실상 반토막으로 추락한 동구는 ‘아우성’을 넘어 ‘울부짖고’ 있을 정도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시의회 의장은 29일 삭발까지 감행하며 ‘본사 사수’라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31일 예고된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장엔 노조의 기습점거로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산업수도 60년만에 현중의 울산본사 존치에 시민전체가 ‘SOS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방위 총궐기까지 일어나게된 배경은 주지하다시피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수년간 어려움에 겪어온 울산경제가 현대중공업 모기업의 본사 서울이전으로 회복불능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법적으론 권오갑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다. 하지만 현중의 ‘실질적 오너’는 역시 MJ라는 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송철호 시장은 물론 지역출신 여야 국회의원,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 일반시민 모두 MJ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이면은 무엇일까?

한 시대를 풍미한 대선후보답게 MJ의 ‘통큰 결단’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주총회가 사실상 24시간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비록 대권꿈은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MJ는 현대중공업의 심장부인 동구에서 5선을 역임하고, 그 발판으로 대권꿈을 키워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년 동안 울산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MJ가 120만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과 ‘눈물겨운 소망’을 저버리지 않기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염원해본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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