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아직 5월, 달력상으로는 봄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맞먹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여름 폭염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리 더운 5월이었어도 25℃ 안팎에 머물던 울산에도 지난 23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된데 이어 30℃를 웃도는 한여름 더위가 이어졌다. 지난해 울산·부산·경남지역의 폭염이 시작된 6월2일에 비하면 열흘정도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올 여름철 기상전망을 내놓았다. 올 여름 더위,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처럼 강한 폭염이 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기상청 예보관들의 의견이다. 전 지구의 날씨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때문에 지난해 폭염을 몰고 온 장본인을 찾자면, 멀리 ‘티베트 고기압’이다. 지난해 여름은 장마가 일찍 끝난 데다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전역을 덮으면서 시작되었는데 특히 그 위에 티베트에서 발달한 뜨거운 고기압이 한 번 더 한반도를 감싸면서 ‘역대급’ 폭염으로 발달한 것이다. 일단 올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티베트 고기압이 덜 발달해 있어서 지난해만큼 폭염이 강하지는 않겠다. 또 끈끈한 무더위를 가져다주는 북태평양고기압도 평년보다 남쪽으로 더 치우쳐 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폭염이 아니라는 것이지, 올 여름 역시 상당히 무덥겠다. 1973년부터 1993년까지 여름철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 이상)는 평균 7일,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평균 8.6일이었지만, 1994년부터 2018년까지는 각각 15일과 13.6일로 껑충 뛰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뜨거워지고 더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비의 계절인 만큼 여름비의 전망도 잘 살펴야 한다. 여름의 시작인 6월에는 비가 적게 내리고, 장마도 평년보다 조금 늦겠다. 한편, 최근 기후패턴을 살펴보면 장마가 여름철 비를 대표한 지가 오래이다. 장마가 끝난 뒤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올 여름 역시 7, 8월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국지적 집중호우의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로 녹고 있는 북극해 얼음 때문이다. 북쪽에서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폭염은 어느 정도 식혀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여름 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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