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날이다. 주총장으로 알려진 한마음회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예정대로 주총이 열린다면 현대중공업 법인은 한국조선해양으로 나누어진다. 현대중공업 본사는 그대로 울산에 남게 되지만 중간지주사로서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게 될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은 수순이다. 삭발까지 단행하며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본사’를 외쳤던 송철호 시장의 호소도 물거품이 된다.

송시장은 30일에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적극 강구해나갈 것을 약속한다”며 “구체적으로 물적 분할에 따른 노사갈등을 시장이 직접 중재하고 ‘한국조선해양 울산존치 지원단’을 구성해 협조할 것이며, 조선해양플랜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지역대학과 협의해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마지막 호소를 했다. 늦었지만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모두 무위로 돌아갈 전망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주총장 점거를 풀기 위해 제기한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 신청과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잇따라 인용됨에 따라 예정대로 주총 개최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주총이 개최된다면 유혈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설사 주총장을 옮긴다고 하더라도 노조의 물리력 행사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법인분할을 반대하는 노조는 30일현재 나흘째 주총장 점거 농성과 사흘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오후 4시 영남권노동자대회를 이곳에서 열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합세했다. 민주노총은 5000명 이상이 결의대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회사측도 경비업체 인력 현장배치를 요청하는 한편 안내요원 등 1000여명이 비상대기중이다. 경찰도 다른 지역의 지원을 받아 64개 중대 4200여명을 배치해놓고 있다. 1만여명이 한마음회관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노조의 투쟁과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울산 유치를 요구하는 일반시민들의 주장이 혼돈되면서 지역주민들까지 노조의 주총장 점거를 지지하고 있어 노조의 투쟁력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심각한 유혈사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주총 하루 전까지도 정부는 애써 외면하며 현대중공업 사태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노조의 반발에 대한 해명과 지역주민들의 호소에 대한 답변을 전적으로 회사측에만 맡겨놓고 나몰라라 할 일은 아닌게다. 우리는 무기력하게도 다만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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