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홍 울산언론발전 시민모임 대표준비위원

반구대 암각화는 왜 생겼을까?

암각화가 있는 곳은 세계 어느 곳에 가도 경관이 좋다고 한다. 물이 풍부하고 경관이 좋은 곳엔 으레 사람과 동물이 공생한다. 특히, 먹고 살기 힘들면 바위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자체가 여유로움이고 풍요를 상징한다. 권력일 수도 있다.

혹 만리장성을 가 보았는가? 만리장성은 중국의 중화주의를 상징한다. 만리장성에 올라가면 그 수많은 인파 말고는 별 감흥이 없다. 만리장성을 단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만리장성을 축조하면서 흘린 수많은 피와 땀, 희생과 아우성도 떠오른다. 그 수많은 희생과 권력과 절규가 남아 후세에게는 관광상품화로 먹거리를 물려주었다.

반구대 암각화 일대는 천혜의 자연 공간이자 해방구이다. 그곳은 수많은 공룡과 동물이 모여드는 살기 좋고 안전한 풍요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문자가 없던 시대엔 후배를 가르치는 일종의 학교이거나 기술교육장일 수도 있다. 그 안전함과 감사와 여유로움이 바위그림을 남기게 했다.

지금 우리는 반구대 암각화만을 뚝 떼놓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울산시는 문화재청에 맞서 경제성과 맑은 물 논리로 암각화를 방치했고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왜곡하고 일방통행식 대처를 해 왔다.

그럼에도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대안도 내놓지 못한다. 훼손 주체들과 그를 옹호하는 건설업자 등 비호세력은 전문가들의 우려에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는 억지 주장을 한다. 반성없이 대안 없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만일 내년 1월 우선 등재대상이 된다면 3~4년 후에는 울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가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60% 이상 진행된 1700억 댐 건설을 포기한 포르투갈 포츠 코아 암각화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화유산 보존 캠페인으로 이 암각화를 지켜낸 이들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어린이들이 이슈를 선점해 “암각화는 헤엄치지 못해요”라는 구호로 어른들의 경제논리에 맞섰다. 결국 이 운동이 촛불처럼 번져 포르투갈 정권을 바꾸었다. 그때 새로 선출된 총리는 우선적으로 댐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고 이행해 나갔다. 그는 현재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다.

울주군은 포르투갈 포츠 코아 시와 자매 협약을 맺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반구대 골짜기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물 문제로 핑계를 삼을 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반구대 암각화는 굴뚝없는 공장이 되어 대대손손 지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울산에 빚이 있다. 단순히 앞으로 빚이 될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인한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울산 대선공약 1호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다. 당시 울산은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애썼지만 여러모로 힘에 부쳤다. 예산은 쪼그라들었고 사업시행인가는 연기되고 표류하다 결국 예비타당성조사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무산되어 버렸다.

대곡천 일대는 그 자체가 훌륭한 자연박물관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차근차근 치밀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이를 통한 미래 먹거리 계획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곡천 일대의 문화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반구대 선사역사유적 공원과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정부에 제안하고 울산시민과 함께 유치를 반드시 해내어야 한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의미와 기능은 상상 이상이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예만 봐도 문화적 의미와 관광, 교육적 기능과 이를 통한 경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지금이 적기다. 박창홍 울산언론발전 시민모임 대표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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