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비 후역습’ 기본틀
전반 유효슈팅 없어도
후반 활기찬 공격 승리

▲ 9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폴란드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폴란드 월드컵을 치르는 한국대표팀의 전·후반은 완전 딴판이다.

전반전은 답답해 보일 때가 많다. 잔뜩 웅크린 채로 상대 공세를 받아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전반에는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가 정신 못 차리게 몰아붙여 결국 무릎을 꿇게 한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의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3대3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3대2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한국축구에는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4강 진출이다.

정 감독은 세네갈전 승리 후 “상대가 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올 때 인내심을 갖고 움츠렸다가 후반전 우리가 잘하는 게 있기 때문에 두세 가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개인 능력이 상대보다 나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우리와 실력이 비슷하거나 상대가 더 좋다고 판단할 때는 여러 가지 전략, 전술을 갖고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우리 대표팀의 기본 콘셉트가 바로 정 감독이 얘기한 ‘선수비 후역습’이다. 강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 감독의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복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해야 했다. 이에 대표팀은 매 경기 다른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을 가동하고 포지션별 역할에 변화를 주면서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카운터어택을 노리는 기본 틀은 바꾸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상대를 우리 진영으로 끌고 와 촘촘한 수비로 공을 빼앗은 뒤 측면과 뒷공간을 노려 전방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가 마무리 짓는 전술로 ‘죽음의 조’를 2승 1패, 조 2위로 통과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에는 체력적인 부분까지 겹치면서 선수비 후역습은 대표팀에 더욱 긴요한 전술이 됐다.

한국은 16강전 상대인 일본보다는 이틀, 8강에서 맞붙은 세네갈보다는 하루를 덜 쉬고 뛰어야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간 일본전에서 대표팀은 전반 내내 일본에 압도당했다. 전반전 일본의 볼 점유율은 무려 72%나 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일본을 결국 1대0으로 눌러 8강행 제물로 삼았다.

정 감독이 ‘8강에 오른 팀 중 최고 강팀’이라고 꼽은 세네갈전에서도 피지컬과 체력 모두 열세였음에도 후반 무서운 뒷심으로 한국축구사에 오래도록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7득점(5실점)을 했다.

이 가운데 전반에 나온 득점은 아르헨티나전(2대1 승) 전반 42분 터진 오세훈의 헤딩 선제골이 유일하다.

나머지 6골은 연장전을 포함해 모두 후반에 터졌다.

일본전 오세훈(아산)의 헤딩 결승골은 후반 39분에 나왔다. 세네갈전에서는 1대2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후반 53분 이지솔(대전)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이 나와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한국에 패한 뒤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 감독은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유수프 다보 세네갈 감독은 “한국이 이렇게까지 강팀인 줄 몰랐다”고 했다.

정 감독은 자신이 대회 전 약속했던 4강 목표를 달성한 뒤 “우리는 ‘꾸역꾸역 팀’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정정용식의 뒷심축구는 이제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 나아가 사상 첫 우승 꿈까지 꾸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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