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 잘 사는 준비된 통일 위해
정부는 야당과 소통해 국론일치부터
통일정책 功은 살리고 過는 수정을

▲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구갑)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 대박’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정권과 시대를 막론하고 분단이래 최대 이슈가 되어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 운전자론’을 펼치며 지난 2년여 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3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 2월 많은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를 둘러싼 서로의 완강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없이 ‘톱다운’ 방식의 평화에만 의존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60년 이상 분단돼 살던 남과 북이 정상간 몇 차례 악수했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에 기반한 평화가 오리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정권 성공의 도구로 여기면 안 된다. 짧은 임기내 성과를 내려고 조급해할수록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과 북이 항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공존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탄탄한 경제’ ‘튼튼한 국방’ 그리고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일은 비용이 수반된다. 독일 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약 15년간 통일비용으로 총 1조4000억 유로를 지출했다. 한화 약 17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이를 15년으로 나누면 매년 약 117조원의 통일비용이 든 것이다. 2019년 대한민국의 총예산 470조원의 1/4 수준이다.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독일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과 우리나라를 직접비교하는 것이 정확한 수치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만큼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다 같이 잘 살자고 통일하자는 것인데 다 같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통일을 통해 한반도 번영을 이룩하려면 우리나라가 탄탄한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지 못하고 시장을 불신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통일을 대비해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의 수정을 통해 경제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튼튼한 국방’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튼튼한 국방력을 갖춰야한다는 뜻이다.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 등 초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스스로를 지킬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국방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남북평화 정책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이다. 야당이라고 해서 평화통일을 위한 길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은 소득없는 정부의 ‘평화 퍼포먼스’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지 탄탄한 경제와 튼튼한 국방을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 노력에는 적극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지금까지 야당의 목소리를 듣거나 야당을 설득하는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 앞서 야당과 소통하여 통일에 대한 국론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정책을 균형감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남북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준비된 통일’이 필요하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이 너무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우쳐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공(功)은 살리고 과(過)는 과감히 수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후손들이 한반도 평화·공존의 시대에서 ‘힘’있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채익 국회의원(울산 남구갑)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