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이어, 1953, 76×61㎝, 비단에 채색

필자는 사실 예수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서양화 작품에서 주로 예수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을 봐 왔기에 서양인이라고 추측할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울산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조선의 복식을 하고 있는 한국 예수의 모습이 흥미롭다.

전시장에는 3점의 ‘예수생애도’가 있다. ‘예수의 탄생’, 그리고 ‘오천인을 먹임(오병이어)’, ‘헤롯왕의 학살’이다. 이 작품들은 운보 김기창이 40세 즈음에 ‘꿈에서 예수의 시체를 안고 지하무덤으로 내려갔다가 차마 내려놓고 다시 돌아올 수 없어 통곡하다가 깨어난 날로부터 그려낸’ 30점의 성화들 중 3점이다.

지난 5월15일부터 시작된 ‘보묵’ 전시장을 수차례 드나들면서 점점 더 관심이 생긴 작품이 바로 ‘오병이어’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전설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읽어내리는 데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내용이다. ‘예수가 갈릴리호의 빈들에 있을 때 많은 무리의 병든 자를 고쳐주었는데, 저녁 때가 되어 먹을 것이 없어 고민할 때 한 어린아이가 내어 놓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축사하였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그리고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어 큰 무리로 먹게 하였는데, 여자와 아이를 제외한 성인 남성 5000명이나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것을 광주리에 담았더니 12광주리나 됐다’는 4대 복음서 전부에서 언급되는 몇 안되는 기적의 이야기다.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역시 작품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더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도슨트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전시 관람이 훨씬 유익해진다. 도슨트 설명이 끝나고 다시 천천히 전시장을 둘러보자. 처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필자의 선생님의 아내는 투병 중일 때 남편이 그려준 노란 해바라기를 보고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한 점의 그림이 주는 힘’이다. ‘보묵전(보물 같은 묵화 전시)’은 오는 30일까지 울산박물관 2전시실에서 진행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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