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을 계기로 원도심 활성화가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민들은 갖고 있다. 미술관은 다가오는 7월 중순에 착공해 2021년 12월 개관이 목표다. 이에 발맞춰 문화예술전문도서관 건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술관 위쪽 북정동 58­8 일원에 세워지는 도서관이다. 울산시는 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예술전문도서관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수년간 방치해두었던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는 청소년문화회관과 지식산업센터가 쌍둥이 건물로 들어선다고 한다. 청소년문화회관은 지하 2층에 지상 9층으로 연면적 1만1000㎡에 이르는 건물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소규모 벤처 및 관련기관 집적 센터를 목적으로 연말께 설계용역을 추진한다.

미술관이 유치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재생이 추진되던 원도심에 공공시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특히 도서관이나 청소년 시설은 미술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집적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축의 목적과 운영 방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위치상으로 모여 있는 것만으로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용역을 거치기는 하지만 대개의 용역결과가 의뢰기관의 막연한 추정을 실현가능한 것으로 포장해주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서 신뢰하기가 어렵다. 의뢰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를 도출해내는 뻔한 용역으로 미술관과 예술전문도서관이, 청소년문화회관과 지식산업센터가 얼마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전문도서관은 안그래도 문턱 높은 문화시설인 미술관의 문턱을 더 높일 뿐 미술관의 이용률을 높이는데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강의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예술전문도서관이라는 화려한 간판은 불필요하다. 청소년문화회관과 지식산업센터는 무슨 관련이 있기에 쌍둥이 건물로 짓는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공원이나 광장 등으로 도심의 숨통을 터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을 만큼 복잡한 도심에 9층 높이나 되는 건물이 2개나 들어선다니 주차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다.

건축물은 한번 세워지면 수십년, 수백년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공공시설물은 인근 주민들의 삶을 특정한 방향으로 바꾸는 행위유발성(Affordnace)이 매우 크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시작된 총괄건축가·공공건축가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를 곰곰 되짚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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