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삼두마차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각각 고유의 기능·임무에 충실하면서
헌법을 정점으로 법준수 노력이 따라야

▲ 김광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담 스미드의 ‘국부론’에서는 사회의 발달을 시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서 구하고 있다. 시민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다 보면 사회전체의 발전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내가 아침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의 은혜가 아니고 자기 자신을 위한 농부의 노력의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자유경제 체계 아래서도 모든 게 시민 각자의 노력에만 맡겨지는 것은 아니다. 재산권의 보장, 경쟁을 위한 룰의 제정과 유지, 시민 개인에게 맡길 수 없는 국방과 대토목공사는 국가와 공공기관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세계대전 후에 독일은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부흥을 이루었다. 독일인들의 노력에 관한 교훈이 많이 회자되었는데 가령 독일인들은 성냥개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반드시 셋이 모여야 담배에 불을 붙였다는 이야기,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는 다른 사람을 기다려 같이 탔다는 이야기 등이다. 그저께 학회 참가차 독일 라인 강변의 마인츠 대학에 갔다가 위의 이야기를 독일 교수들에게 했다니 그들의 반응은 ‘금시초문’이라는 것이었다. 필시 우리 국민들의 노력을 끌어내기 위한 정부와 교육기관의 가르침이었을 공산이 크다. 하여간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정부주도의 수출정책에 힘입었다.

1980년대 이후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규제완화는 정부의 역할 축소와 시장에 의한 정책주도의 논리가 포함되어 있다. 관료주의의 폐해와 대기업에 의한 공무원의 포획 현상은 공정한 경쟁과 효율적인 경제 운영을 필요로 하였고, 정부의 혁신을 요구하였다. 정부와 시장 가운데 어느 부분이 더 효율적인가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는 상황 아래서는 시장 주도의 시스템이 더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최근 역대 정부는 규제완화를 외쳐왔으나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와 시장 간의 역할 분담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4·19 학생의거 직후에 나온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은 밀실과 대비되면서 각 개인의 문제가 서로 충돌하고 경쟁하여 집단적인 질서의 형태로 표출되는 곳으로 은유된다. 유럽은 도시의 중심부에 광장을 만들고 근처에 시청, 성당 및 시장을 배치하여 개인의 일상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또한 공론의 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장은 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토로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다. 시장은 각자가 생존을 위한 교환의 장이지만 광장은 각자의 사상과 가치가 표출되고 충돌하는 공간이다.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실천 공간이다.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시장과 함께 광장이 이를 교정하는 메커니즘이 된다.

정부와 시장 그리고 광장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삼두마차라 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고유한 기능이 있고, 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그리고 이들 세 가지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질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각자의 법 준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은 밀실에서 나와 광장에 들어설 때 비로소 시민이 된다. 김광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