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최고지도자들의 깜짝 만남
성급한 의미 짓기보다 실익 따져야
북미회담 경과와 파장 심사숙고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2019년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남·북·미 최고지도자들의 ‘깜짝 만남’이 성사되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시의 기시감(旣視感)이 있기는 하였지만, 이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그 분계선을 넘어서 북측 지역으로 스무걸음 쯤 갔다오는 ‘역사적’ 장면도 연출되었다. 그리고 미·북 최고지도자들의 독대는 싱가포르이나 하노이에서의 단독회담보다 오히려 더 오래 지속되어, 이번 회동이 차라리 ‘3차 미·북 정상회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번 만남은 ‘6·25 동란’ 휴전 이후 66년 만에 이루어진 미국 대통령의 ‘최초 방북’이었고, 남·북·미 정상 간의 최초 회동이었으며, 준비기간이 최단기인 정상회담이었다. 그리고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노딜’(No Deal)로 파국을 맞았던 미·북 간 비핵화 정상회담의 꺼진 불씨를 되살리는 성과를 남겼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일정 부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연극도 끝났고 조명도 꺼졌으니,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자.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자신의 재선에 쏠려있다. 사실 시진핑과의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3000억 달러 수입분 관세부과를 6개월간 유예하고 무역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한 것도 재선 정치일정에 맞추어 자신의 치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전술의 일환으로 비판을 받을 정도이다.

이번 방한과 판문점 회담도 따지고 보면 트럼프 미 대통령 자신의 재선 가도에 중요한 업적을 더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최적의 계기였다. 방한 중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으면 미국 민주당과 이전 ‘오바마 행정부’를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자신이 집권한 이후 미국의 경제가 좋아졌으며,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경제치적을 선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판문점 이벤트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이익과 김정은의 정치적 초조함,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일변도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그 평가는 후일에나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북 이벤트로 인하여 모든 국내 이슈가 덮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상 ‘정박 귀순’이나 국회 정상화 등의 국내 이슈는 간 곳이 없을 정도이다. 북한 그 자체도 의미가 없지 않지만 미국이 함께 들어가면 뉴스로서의 가치 때문에 국내외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다.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시 한국은 지방자치선거 직전이었다. 적폐청산이라는 국내적 이슈도 있었지만, ‘기-승-전-북한’의 분위기 속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국내의 모든 선거쟁점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당시 어려운 경제사정나 여권 후보자들의 스캔들로만 보면 여당이 선거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데, 미·북 정상회담의 여파로 여당은 전국에 걸쳐 거의 싹쓸이 압승을 거두게 되었다. 선거에서 그 어느 정파건 승리할 수 있지만,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도록 하는 교란요인이 작동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2~3주 후 미국과 북한은 실무접촉을 벌이고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로 들어갈 것이다. 한국인들도 이제 그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하노이에서 그를 우습게보던 모든 사람들에게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인 바 있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제시했던 빅딜(Big Deal) 기준이 있다. 이 기준에 북한이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 냉정하게 계산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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