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마다 ‘관광 도시화’에 명운
최근 검토중인 관광전담기관을 축으로
울산도 지역 특화된 관광사업 펼치길

▲ 홍영진 문화부장

2년여 전 경상일보는 ‘관광도시 울산의 가능성을 보다’를 주제로 오사카와 요코하마, 홍콩, 싱가포르, 방콕 등 아시아권 도시와 서울, 제주, 부산, 인천 등 국내도시를 방문취재했다. 당시는 울산방문의해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각 도시별 취재기를 연재한 뒤 전체시리즈를 결산하면서 내렸던 결론은 단 하나였다. 사드 영향으로 기대했던 중국인 관관객을 울산으로 끌어오진 못했으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내외국인 방문이 이어지면서 관광도시 울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제대로 사업을 이끌어 갈 관광전담기구를 울산에 만들어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광전담기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홍콩관광청(정부산하기관)이다. 이 곳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결과를 데이터화 해 웹페이지를 통해 매달 업데이트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도시 홍콩이 수십년간 식지않는 인기를 유지하는데는 변화의 추이를 눈여겨 보면서 해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프로모션과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있다. 짝퉁과 음식으로 유명한 쇼핑천국 홍콩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도시로 다시 우뚝 선 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력있는 관광전략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관광산업에서 데이터 축적과 분석, 탄력적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하지 알려준 곳이 또 있다. 연간 도시인구의 3배인 1260만명이 방문하는 요코하마였다. 35명이 상근하는 요코하마관광컨벤션뷰로(공익재단법인)에 관광객 규모를 사전문의했을 때, 메일로 보내준 자료의 치밀함에 입이 딱 벌어졌다. 단순하게 수백만명으로 뭉뚱그려 발표하는 우리와 달리 방문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이를 국적별로 더 세분한 데이터, 국적별 외국인 관광객 중 하루를 머문 사람과 2~3일을 머문 사람의 비율, 국적별 방문객의 여행지 선호도와 수년간의 변화 추이까지, 자료의 디테일 만으로도 관광도시 요코하마 수준을 한 눈에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역시 서울이다. 대한민국 관광은 서울에서 시작돼 서울에서 끝난다는 말은 저절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관광 측면에서 서울과 울산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은 1988년 올림픽 이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가장 먼저 나섰던 곳이고, 장·단기 전략을 세우는 과정과 컨트롤타워의 운영에도 실패와 성공사례가 축적돼 있어 관광도시 후발주자인 울산으로서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곳이다. 서울시는 최근 관광전담기구의 체제전환을 시도했다. 2008년 설립한 관광전담기구 (주)서울관광마케팅(서울시와 민간의 1대1 출자)을 서울관광재단(서울시 전액 출연)으로 전환한 것이다. 여러 속사정이 있겠지만 서울시는 재단이 민간과의 경쟁없이 본연의 관광진흥에 집중할 수 있고 이윤창출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공사’ 형태보다는 범 관광산업 생태계를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자체의 재정부담요인에 대한 우려는 재단이 안고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울산에서도 드디어 관광전담기관 설립방안 및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다. 최근 중간보고회(2일)에서 공익성에 방점을 두고 민간단체와의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단’형태의 관광전담기구 설립이 최적안이라고 제안했다. 국내에는 2002년 경기관광공사를 시작으로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13개 지역이 관광전담기관을 이미 운영하는데 경기, 부산, 인천, 대전, 경북, 제주 6곳처럼 ‘공사’ 형태는 설립절차가 복잡하고, 수익시설이 없다면 행안부의 승인여부가 불투명한데다 과다한 초기비용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도시만의 특성화 된 관광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춘추전국시대 이상으로 전 국토 각 지자체의 관광도시화 바람은 이미 거세다. 관광도시 울산의 성공이 전담기구 설립의 첫 단추에 달려있는 것 같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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