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원년 멤버로 UNIST에 부임
실력·인성 겸비한 교원들 합류해
환경공학과 전국 최고수준 발돋움

▲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태화강변 대나무 숲을 지날 때면 종종 ‘울산 아리랑’을 흥얼거린다. 평소에 트로트를 즐기지 않지만 내게 이 노래는 각별하다. UNIST 교원채용 면접 후에 태화강변을 지나가면서 우연히 들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지난 5월 UNIST 개교 10주년 기념 KBS 열린 음악회에서도 ‘울산 큰애기’ ‘산 아가씨’와 함께 울산을 대표하는 노래로 소개되었다.

2008년은 필자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3년째 재직하던 해였다. 이공계 박사가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보통 수년 동안 박사 후 연수 과정을 거치는데, 언제 어디에 취업할지 기약이 없다.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공채에 지원하는 수밖에 없는 시기다. 타 대학 면접을 위해 자비를 들여 수차례 태평양을 건너다보니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요즘은 미세먼지와 화학사고 문제 때문에 대기오염 전공 수요가 많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였다.

2008년 11월, UNIST 서류심사 통과 소식을 접했다. 환경공학 전 분야 공고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서류통과 후 바로 면접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왕복 항공료도 지원받았다. 춘천에 들러 아버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울산으로 내려갔다. 당시 캠퍼스가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외동 상가 건물 2층을 임대하여 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창문에 코팅지로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씌어 있었다. 임시 사무소에서 개교 준비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중고등학생 단과학원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작은 회의실에서 한 시간 동안 세미나와 면접을 진행하였다. 이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공지식과 연구계획에 대한 질문보다는 신생 대학에서 펼치고 싶은 큰 꿈이 무엇인가 등의 질문 위주여서 기존에 경험했던 다른 대학과는 차원이 다른 학교라는 것을 절감했다. 면접을 마치고 태화강변 도로를 달리면서 손으로 더듬거려 아무 카세트테이프나 틀었다. 첫 노래를 듣다 보니 ‘둘이서 거닐던 태화강변에 대나무숲들은 그대로인데.’라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어? 지금 태화강변 지나는 중인데”라고 생각하며 듣다 보니 노래 마지막 소절은 ‘아~~ 울산 아리랑’이었다. 그 순간 합격하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결국,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권영남 교수님과 함께 2009년 개교 원년 구성원으로 도시환경공학부에 부임했다. 전 과목 영어강의 준비에도 벅찬 상황에서 대학 차원의 과제 제안서 작성, 학교 발전 워크숍, 대학원생 모집 행사, 전공 교과목 구성, 연구 기자재 도입, 학부 홈페이지 제작 등 최근에 부임한 교수님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정 업무를 했다. 기존 연구중심대학에 부임했다면, 강의 준비와 개인 연구실 꾸리는 일에만 집중했을 텐데, 부임 후 몇 년 동안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행정적인 부담 외에도 학부 졸업생 배출 전까지 대학원생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 인지도가 낮아 어디를 가도 학교 소개를 먼저 했다. 지금의 UNIST는 개교 초기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모습이다.

UNIST 부임 후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2009년 2학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도시환경공학부에 부임한 교원 22명 전원에 대한 채용 실무를 담당한 것이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분들이 부임하여, 조용하지만 강한 학부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7년 중앙일보 이공계 학과 평가에서 환경공학과 전국 1위에 올랐다. 교원 1인당 논문실적과 강의 평가도 교내 최상위권이다. 이러한 자랑거리가 없더라도 좋다. 자타공인 가장 화목한 학부이기 때문이다. 나의 UNIST 부임기는 해피엔딩이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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