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태화강을 국가적으로 인정해주었다는 자긍심과 함께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회복을 바라는 목소리가 겹치고 있다. 2023년까지 5552억원 상당의 생산유발, 2757억원 상당의 부가가치유발, 5852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보고서도 나와 있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도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던 울산으로선 산업다각화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첫단추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늘어난 관광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이 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볼거리가 늘어날 수는 없다. 순천만 국가정원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놓은 것도 아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시설물을 기대하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음식과 숙박시설 등도 당장 좋아질 수는 없다. 태화강 국가정원만 내세워서는 볼거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 십상이다. 자칫 ‘첫단추를 잘못 꿴 셔츠’가 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우선 관광산업의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하다. 관광자원으로서의 태화강 국가정원은 기존 우리나라 관광 트랜드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순천만 국가정원과는 달리 태화강은 순수한 관광지가 아니다. 수많은 외국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지역민들의 생활공간이듯 울산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의 매력을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에 의한 명확한 콘셉트 정립이 새로운 관광 트랜드를 창출한다. 울산관광재단이 내년 8월에야 출범할 수 있다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머무르는 관광을 위한 관광지도를 다시 짜는 일이다. 있는대로 볼거리를 나열해놓고는 차례로 둘러보라는 식의 관광지도로는 머무르는 관광이 불가능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의 효과를 울산이 아닌 부산과 경주 등 이웃도시들에게 나눠주는 결과가 될 게 뻔하다. 정원을 테마로 새로운 관광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에는 태화강 국가정원 뿐 아니라 자연형 정원이 많다. 동쪽으로는 대왕암공원, 서북쪽으로는 바위그림공원(대곡천암각화군), 서남쪽으로 간절곶해맞이공원이라는 어느 도시에도 없는 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명실상부 정원도시(Garden city)로서 손색이 없다. 콘셉트의 통일성을 위해 먼저 공원이라는 말을 정원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이동거리가 멀어 한나절에 보기엔 벅찬 이들 정원에 볼거리를 조금만 보강하면 1박2일 관광지로서도 충분하다. 4개의 정원을 중심으로 관광지도를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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