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태화강 국가정원이 지정됐다. 소식을 접하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국가정원 지정은 민선 7기가 제시한 7개 성장다리 중 하나이자, 시민의 염원으로 이루어낸 성과라 더욱 뜻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반기는 마음이야 누구나 똑같겠지만, 아마도 그 이유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이로 인해 기대되는 경제적 가치 창출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지정을 통해 2023년까지 생산유발 5552억원, 부가가치유발 2757억원, 취업유발 5852명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울산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바라보고, 염원해 온 것이라 여겨진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갖는 의의는 비단 경제적 가치 창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다른 이유로 이 소식이 반갑다. 울산에서, 그리고 울산시민에게 태화강은 어떠한 의미인가. 태화강은 전국적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울산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물줄기이다. 그런 탓에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경험이나 추억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태화강을 설명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화강은 사실 울산의 급속한 산업화로 많이 오염되었고, 그래서 한때는 울산시민과 많이 멀어지기도 했었다. 그랬던 곳을 울산시민의 정원이자 안식처로 되돌려 놓은 것도 울산, 그리고 울산시민의 힘이고, 그 힘의 근원에는 울산시민들이 잊지 않고 있었던 태화강과의 추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뿐 아니다. 널리 알려진 건축가인 유현준씨의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서 보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진국 중에서 단위 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넓은 집이나 공간에서 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간 소비의 측면에서 아주 넓고 쾌적한 면적을 영유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집 크기는 몇 평 되지 않지만, 그들은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와 같이 본인의 거주지와 인접한 공원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삶의 부족분을 채워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태화강 국가정원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태화강이 갖는 본연의 의의와 현재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태화강은 내적으로는 울산과 울산시민의 삶의 안식처로, 외적으로는 울산을 대표하는 얼굴로 지금까지 태화강이 울산시민에게 전해준 그 의미를, 이제는 태화강을 찾는 전국의 많은 분께도 전달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그에 따른 더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단지 더 경치 좋은 곳이나 요즘 들어 인기가 있는 관광지가 아니라, 한번 찾았을 때의 좋은 기억과 따스함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다시금 돌릴 수 있게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많은 분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향유하는 것은 단지 태화강의 멋진 정경만이 아니다. 우리가 태화강을 통해 울산을 느끼듯, 그 분들 역시 태화강을 통해 울산을 느끼고, 그곳에 투영된 울산을 안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울산을 찾아주신 소중한 분들을 위해,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동시에 진심을 담은 그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울산시민의 추억과 안식과 희망이 되어온 태화강은 이제 울산시민의 정원이 아니라 국가정원으로서, 그리고 사람의 정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태화강을 더 많은 이가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이가 위안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정원으로 만들어 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길, 지금 나에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 생각한다. 그 임무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고, 이를 위해 시민과 함께 진심어린 힘을 보태고자 한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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