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지 건조소각 기술이 핵심
시, 263억 들여 사용협약 체결
전체 사업비의 절반 넘는 수준

본계약 체결전 ‘특허권 만료’
조달청서 수의계약 불가 판정
행안부에도 질의했지만 “불가”

1년간 사업지연·45억 손실
공사 정상화, 내년 3월은 돼야
그동안 슬러지 2배 가격에 처리
기존 공법사와 법적공방 전망

울산국가산단에서 나오는 하수슬러지를 소각해 자원화하는 ‘울산슬러지자원화시설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특허권 관리 실패에 따른 여파다. 1년간의 사업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45억원의 재정손실에다 해양에 폐기물 투기가 금지됨에 따라 대폭 늘어난 슬러지 처리문제까지 봉착하게 됐다. 특허권 문제로 기업과의 법적 다툼이 예상되며 사업차질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 특허권 만료 ‘반려’…행안부 ‘불가’ 회신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남구 성암동에 들어서게 되는 울산슬러지자원화시설 건립공사가 중단됐다. 하수슬러지를 소각해 자원화하는 이 시설은 국비 294억원, 시비 202억원 등 총 496억원이 들어간다. 해양투기가 금지된 하수슬러지(찌꺼기)의 안정적 처리가 기대됐다.

이같은 중대한 사업이 위기를 맞은것은 특허권 문제에 휩싸이면서다. 슬러지자원화시설의 핵심은 ‘슬러지 건조소각’ 기술에 있다. 사업계획수립 단계인 2016년 12월, 시는 공고를 거쳐 H공법사의 ‘에너지 절약형 유동층 슬러지 소각 시스템을 이용한 슬러지 건조소각 기술’을 선정했다. 특허권을 가진 이 기술(기자재)의 사용료는 전체 사업비의 50%넘는 263억원 수준이다.

2017년 1월 울산시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그해 3월 심의위원회 적격심사에서 ‘적정’ 판단을 받았다.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한 심사로 100억원이 넘는 특허기술 등이 해당된다. 이어 후속 절차로 시는 환경부에 기술심의를 의뢰했다. 국비 매칭 사업의 의무 절차다. 환경부와의 기술심의와 재원 협의는 2018년 10월에서야 마무리됐다.

시는 H공법사와 기술 사용협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공사를 시작했다. 시설의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가 조달청에 해당 기술의 구매를 요청하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울산시가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 조달청이 올해 1월 기술 구매를 이행할 수 없다며 울산시에 ‘반려’를 통보한 것이다. 2018년 2월24일자로 특허권존속기간이 만료돼 수의계약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와 H공법사 모두 충격에 빠졌다. 시는 지난 3월 법률법무공단 법률 자문에 이어 행정안전부에 질의를 했다. ‘기술(기자재) 선정 이후, 협의과정에서 특허권이 만료된 경우도 수의계약 불가능 사례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H공법사와의 소송으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일어날 울산시의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도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지 여부’ 등을 물었다.

행안부는 지난 6월 ‘본계약이 체결되기전 특허권이 만료돼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며, 공법사와의 소송 등 분쟁이 예상된다는 사유로 수의계약 체결은 타당하지 않다’고 회신했다.

◇45억원 재정 손실 불가피…법정 다툼도 예고

핵심기술이 미확정되면서, 공사 또한 중단됐다. 설계의 변경이 예상돼 지하구조물 공사 등 초기공사(건축, 전기 등) 조차 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계약방법을 일반경쟁 입찰로 전환해 공법사를 처음부터 다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8월 공법사 선정을 공고하고, 11월 공법선정 심의위원회 개최 및 선정해 2020년 1월 조달청 계약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정상화는 내년 3월 정도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어지는 것이다. 울산시의 재정손실도 불가피하다. 시는 슬러지자원화시설 1년 지연으로, 45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슬러지를 2배 정도 비싼 외부업체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H공법사와의 법정 공방도 예견된다. H공법사는 특허기간 만료전에 공고에 참여해 적정성 평가까지 통과해 기술 사용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환경부의 기술심의와 재원 협의 지연 등도 문제로 삼고 있다. 2016년 12월 시작된 기술 구매가 4개월만인 2017년 4월 시의 적격통보를 받았음에도 환경부 기술심의 등의 절차로 18개월 정도 지연된 게 문제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H공법사는 그동안 행정소송 제기 등으로 울산시를 압박했다. 시는 H공법사의 일반경쟁 입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H공법사가 유사한 다른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H공법사는 일반경쟁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입찰에 탈락하면 법적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시는 특허권 관리를 미흡하게 한 H공법사의 과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허 만료를 인지하지 못하고 1년간 후속절차를 진행해 재정 손실 우려와 슬러지 소각 행정의 차질을 일으킨 행정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울산에서는 하루 370t의 슬러지가 발생하고 있다. 2011년도에 민자사업(BTO)으로 준공해 운영하고 있는 슬러지 소각시설의 하루 처리 용량이 300t으로 울산시는 초과분인 70t에 달하는 슬러지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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