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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 기자의 행복한 미술관 여행]미술을 사랑한 대부호가 인류에게 남긴 공공의 유산22. 노블레스 오블리주 1 -美 장 폴 게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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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8  2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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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 미술관 특별전시장에서 진행된 2019년 첫 기획전 ‘더 르네상스 누드’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미서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면 놓칠 수 없는 미술관 중 하나가 장 폴 게티 미술관(게티 센터)이다. LA 서북쪽에 도시와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천혜의 공간이 있다. 그 곳에 세워진 폴 게티 미술관은 햐얀 대리석 건물과 예술적인 정원으로 유명하고, 그 속에 채워진 미술품으로 더욱 정평이 나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로스앤젤레스 관광 인기투표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시장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걸작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는 어느 기업가의 미술사랑에서 비롯됐다. 그 사실을 미리 알고 방문해도, 전시장을 누비다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입이 딱 벌어진다. 게다가 관람료 조차 없다. 공간운영에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힘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석유사업가 장 폴 게티
재산 7억달러와 미술품
기부로 건립된 미술관
관람객에 무료로 개방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
12년에 걸쳐 건물 완성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LA의 파르테논’ 별칭
미술작품 특성·연대별
5개 건물에 나눠 전시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
고흐의 ‘아이리스’ 등
유명한 작품 다수 소장


◇부동의 1위, LA 최고의 관광지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1892~1976)는 ‘석유왕’ 대부호였다. 아버지 도움으로 젊은 시절 사업을 시작해 유전을 사들여 회사를 차렸다. 23세에 백만장자가 될만큼 돈을 모은 뒤부터 수억 달러씩 투자해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는 죽으면서 7억 달러(한화 약 8232억원)라는 막대한 재산과 미술품을 재단에 기부했다.

로스앤젤레스의 도심과 해안이 한 눈에 보이는 산타모니카 산 정상에 1997년 게티센터가 세워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지극한 미술사랑 덕분이다.

재단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차드 마이어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1조원을 들여 12년의 세월을 지나고서야 마침내 완성했다. 자연과 도시의 특성을 주개념으로 10여개 동에 걸쳐 미술관(회화갤러리·조각및장식예술갤러리·기획전시장), 연구소, 스튜디오, 식당, 테라스, 정원, 꽃의 미로 등이 조성됐다.

   
▲ 트램하차 후 정문으로 오르는 길.

폴 게티 미술관으로 가려면 언덕 아래에 차를 주차한 뒤 트램을 타야 한다. 완만한 고개를 올라가 트램에서 내리면 크림색 건물과 마주한다. 첫 느낌은 이 도시의 햇살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 모던함과 복고적인 느낌이 동시에 든다. ‘로스앤젤레스의 파르테논’이라고 불리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모든 건물 외벽은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석회암이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나뭇잎, 깃털, 나뭇가지 등 각종 화석까지 볼 수 있다.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였다고 한다.

정원을 중심으로 갤러리 기능의 북관, 동관, 남관, 서관 그리고 기획전시관이 타원형 동선으로 펼쳐져 있다. 공간마다 작품의 연대가 다르다. 북관은 1700년대 이전의 미술품이 많다.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부터 중세미술 등 종교적인 작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동관과 남관의 작품은 연대가 좀 더 폭넓다. 1600~1800년대 회화와 인물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서관은 현대미술에 가까운 작품이 많다. 교과서 속 유명 작가의 작품은 물론 사진작품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535억원에 거래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고흐의 ‘아이리스’가 눈길을 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 역시 게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 도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높은 층에 자리한 회화 갤러리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인공조명과 더불어 천장 유리창을 통해 은은하게 흘러내리는 자연빛으로 채워진다. 자연 광선을 이용해 전기소모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작품 본연의 색상을 좀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줘 관람객들이 더 좋아한다.

건물과 건물을 오가는 사이에는 대부분 휴식 공간이 조성돼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시원하게 뻗은 분수대가 푸른 물빛을 뿜어낸다. 센트럴가든 꽃의 미로와 연못도 있다. 테라스에서는 테이블 위 차 한잔을 놓고서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어진다. 웅장한 기둥과 기둥,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과 햇살, 저멀리 빛나는 태평양의 바닷빛과 도시의 전경이 또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폴 게티 미술관 상설 전시장.

◇방문 전, 영화 ‘올 더 머니’ 관람을

만약 폴 게티 미술관을 가게 된다면, 한 편의 영화를 먼저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올 더 머니’(2017)다. 영화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폴 게티의 폐부를 보여준다. 1973년 폴 게티는 이탈리아 마피아로부터 손자를 유괴했으니 1600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게티는 이를 거절했다. 요구를 들어 줄 경우, 또다른 가족에게 유사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폴 게티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미술품을 끌어안고 숨을 거뒀다. 대부호의 드높은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와 같은 이 공간에서 인간 폴 게티의 삶과 숨은 진실을 한발짝 더 깊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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