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 교수·국문학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 어휘가 많이 있다. 우리는 외국어 광풍 시대에 살면서 언어생활도 한자어와 외래어 사용에 익숙해져 있다. 말은 자주 사용하고 일상화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말 자체를 잊어버리고 활용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순우리말 중 ‘해와 달’과 연관된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다. 순우리말 어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박남일 <우리말 풀이 사전>을 참고했다.

우선 ‘해’와 연계된 순우리말을 찾아본다.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을 ‘해거름’이라 하는데, ‘해’와 ‘거른다’가 결합한 말이다. ‘해거름’에 이어 시간이 지나면 ‘해넘이’가 등장한다. 해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떠오르면 ‘해돋이’라고 하고, 반대로 해가 지면 ‘해넘이’로 표현한다. 그리고 따가운 뙤약볕을 연상시키는 ‘햇발’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담장 아래에서 해바라기 하기에 적당히 부드러운 햇볕을 ‘햇살’이라 한다. ‘주말에 옥상에서 해바라기 하면 좋을 듯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때 ‘해바라기’는 양지 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가을날 낮이 짧아지는 것을 ‘햇덧’이라 한다. 이때 ‘덧’은 짧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 ‘달’을 표현하는 단어도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몹시 어지러운 달이나 초승달 혹은 그믐달을 어떤 지역에서는 ‘손톱달’이라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갈고리 달’이라고 표현한다. 달이 보이지 않는 현상인 ‘월식’을 ‘달가림’이라고 한다. 해가 진 다음이나 뜨기 전의 어슬녘에 뜨는 달을 ‘으스름달’이라 한다. 그리고 먼동이 튼 뒤 서쪽 하늘에 아직 달이 떠 있는 경우를 ‘지새는 달’이라 하는데 줄여서 ‘지샌달’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달 언저리에 둥글게 두른, 구름 같은 허연 태를 ‘달무리’라 한다. 이외에도 달빛이 은은히 비낀 물결을 ‘달물결’, 달밤에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보이는 것을 ‘달안개’라고 한다.

‘해와 달’과 관련된 순우리말 중 일부를 옮겼다. 우리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후손에까지 전하려면 순우리말에 관심을 두고 자주 사용하기를 당부한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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