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루시 모드 몽고메리/시공사)

‘유한성에 관한 사유들’(빅터 브롬버트/사람의 무늬)

▲ 추천도서 2권을 소개하고 있는 권비영 소설가.
<덕혜옹주>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권비영 소설가는 <빨강머리앤>과 <유한성에 관한 사유들>이라는 2권의 책을 골랐다. 소설과 산문으로, 장르도 다르지만 책의 내용도 극과 극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빨강머리앤은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나 밝고 긍정적이다. 반면 2015년 번역 출간된 <유한성에 관한 사유들>은 널리 읽히기는 어려운 ‘죽음’을 다루고 있다.

“울산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모두들 너무 우울해 하고 있다. 책장을 훑어보면서 <빨강머리앤>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때문일게다. 다만 너무 알려진 책이라 망설이다가 <유한성에 관한 사유들>을 골랐다. ‘죽음’은 누구나 터부시하는 주제이지만 인생의 한 과정이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겨울은 반드시 온다. 더운 여름에 서늘한 주제를 접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색깔이 전혀 다른 2권의 책을 두고 고민한 것은 작가로서 욕심이기도 하다.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다채로운 것을 얻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릴 때 함께 살았던 사촌언니의 햇살 잘 드는 방에는 큰 책장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 갔다오면 그 방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마도 언니의 책장이 작가가 된 촉매제였던 것 같다. <빨강머리앤>은 그 언니가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다. 앤의 긍정적 태도가 삶의 자극제가 됐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앤처럼’이라고 외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된 <유한성에 관한 사유들>은 유한성이라는 표현에 끌려 집어들었던 책인데 지금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문학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 빅터 브롬버트(Victor Brombert 프린스턴대학교 비교문학과 석좌교수)는 톨스토이, 토마스만,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알베르 카뮈, 조르지오 바사니, J.M.쿳시, 프리모 레비까지 8명 작가의 작품들에서 죽음을 재해석했다.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역사적 시점, 그 당시 일어났던 사건 등 전후사정 등을 통찰하면서 문학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한 철학자나 사상가가 죽음을 주제로 쓴 책과는 달리 우리가 아는 작가 8명의 작품이 등장하기 때문에 하나씩 골라서 읽을 수도 있어 접근이 쉽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너무 멀리 할 필요는 없다. 작가들이 느끼는 죽음을 자신에게 대비해 보면 좋을 듯하다.” 정명숙기자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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