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열 울산단편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는 쉽게 접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과 감동을 전해주는 예술매체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주인공이 되어 보는 느낌과 작품에 감정 이입해 행복과 슬픔, 분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막이 내림과 동시에 잔잔한 여운과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내 생애 첫 영화 관람은 1977년 방어진 상영극장에서 본 이원세 감독의 ‘엄마없는 하늘아래’였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영출 군이 젖먹이 동생을 업고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그의 일기장 속 내용이 책으로 발간됐다가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주인공 김영출은 가난한 집안의 13살 장남이다. 6·25 참전 용사인 아버지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정신 착란을 일으키고 집안 일과 생계를 돌보던 엄마는 막내 동생을 낳고 죽는다. 어린 가장이 된 영출은 학교도 빠지며 염전에서 일해 동생들을 돌보지만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동네 사람들은 아이들을 고아원이나 양자로 보내기로 한다. 동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당분간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영출은 기차를 타지만 막내 동생이 생각나 기차에서 내린다. 버스를 타려던 개구쟁이 동생 영문이도 마을로 돌아온다. 세 형제는 다시 모여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함께 산다는 내용이다.

염전에 나가 품삯으로 500원을 받고, 포대기로 동생을 업어 돌보며,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고 엄마를 부르며 오열하던 주인공 영출이. 그때 그 영화를 보고 느꼈던 슬픔과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영화 속 촬영지는 현대자동차 수출부두인 염포 갯벌 소나무 아래였다. 낯설지 않은 매우 익숙한 장소가 영화 속에 등장해 더 반갑고 실제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는 대략 200여 편 정도다. 그 중에서도 애정이 가는 영화 중 한 편을 고르자면 리차드 커티스 감독 ‘어바웃 타임’을 꼽는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가장 사랑스러운 시간 여행’이 될 것 같다.

남자 주인공 ‘팀’은 21살 생일에 ‘시간 여행’ 능력을 갖게 된다. 다만 그의 인생 속 오직 과거로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불행을 막고, 그가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하기도 하며 사랑을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아버지가 돌아가보고 싶었던 순간은 그 옛날 어린 아들과 함께 바다를 산책하던,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 시절이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코끝이 찡했다. 주인공이 깨달은 건 결국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우리 사는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시간여행을 해서라도 꼭 한번 더 보내고 싶었던 ‘특별한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가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웃음과 즐거움을, 때로는 눈물과 각성의 시간을 안겨준다. 울산영화인협회가 지난해 이어 올해 제2회 울산단편영화제를 추진한다. 직접적으로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영화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써, 이번 울산단편영화제의 운영에 힘을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편영화제는 지난해에는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일원에서 열렸다. 배우 권해효씨를 비롯해 몇몇 배우들와 영화인이 함께했다. 올해는 장소를 옮겨 8월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를 함께 보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삶의 위로가 돼 줄 다함께 영화보기. 국제규모 큰 영화제도 좋겠지만, 일상으로 들어 온 작은 영화제가 어쩌면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창열 울산단편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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