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참혹할 정도다. 울주군지역에서도 해일피해를 입은 서생면 일대 해안가와 배과수농가는 보는 이를 참담하게 하고 있다.

 엄청난 파도를 동반한 해일, 초속 50m 이상의 강풍이 불어닥친 현장은 형체도 없이 무너진 집과 기둥만 남은 건물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무너진 방파제 구조물이 날라 든 집은 손만대면 금방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해안가에 위치한 배나무는 열매없는 앙상한 몰골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근 조각하나 들어있지 않은 방파제 구조물을 들고 부실시공을 탓하는 주민들. 행정기관의 무방비적인 재해대책에 분노하는 목소리에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

 군의회 대표로서 해마다 예견되는 자연재해에 대비, 사전예방대책을 제대로 수립·감독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사후보상이라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죄책감을 덜어볼 심사로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어이없는 보상기준이 피해지역 주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었다.

 가옥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기둥만 남아 있는 집을 "반파", 금방 무너져 버릴 집을 "침수"로 처리하는 보상기준에 말문이 막혔다.

 "100여건의 피해상황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채택이 되는 건수는 10건도 채 안돼 차라리 다 찢어버리고 싶다"는 최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은 언뜻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정한 정부와 지자체의 기준이 구태의연한데다 이마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배과수농가의 경우 낙과피해는 제쳐두고서라도 해수가 배나무를 덮치면서 염해가 발생, 향후 3~4년간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재해보상금은 3천평당 농약비 10~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물론 자연재해대책법이 공공시설물 피해복구 위주로 돼 사유시설과 재산은 개인적인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재해피해의 원인이 일부 공기관에 있다면 결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파도에 맥없이 무너진 방파제는 과연 제대로 공사를 했는지 의문스럽게 하고 있다. 떨어져 나간 시멘트 덩어리가 집까지 날라든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자연재해와 인재가 합쳐져 농어민들만 생계터전을 잃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제라도 원인을 철저히 분석,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뒷처리 과정에서 피해주민들을 두번 울리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은 피해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하며, 추후 피해보상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부에 건의, 실질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일관성 있는 피해조사가 필요하다. 주택이 침수되면 복지위생과, 반파·전파는 건축과에서 조사하는 방식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기가 막힌 것은 3일 이내 피해를 신고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접수를 받아주지 않게 돼 있는데 벼 등 농작물의 백수현상은 침수 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나타난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계속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하락과 농가소득 감소, 농가부채급등은 농어촌의 해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농민운동가와 달리 우리 정부와 행정기관은 과연 농어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급속한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10년전에 만들어진 낡은 규정을 조금씩 개정한다고 해서 재해예방책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는지.

 완벽한 재해예방을 기대할 수 없지만 사후보상이라도 제대로 해 아픈 가슴을 달래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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