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서 사망사고 대폭 줄이려면
잠재적 위험요인 최대한 도출해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미리 방비해야

▲ 박현철 울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지난 6월 26일 경주 소재 연수원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가 주최하는 ‘사업부 노안분과장 및 지역 노안부장 수련회’에, 필자가 노조간부의 초청으로 ‘글로벌 선진기업의 현장안전 혁신사례’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당시 장마로 인한 폭우가 쏟아지고 비행기가 결항됐는데도 각 지역에서 참석한 노동조합의 간부 20여 명이 시종 눈을 떼지 않고 경청해줘서 고마웠다. 향후 노동조합 소속 반장급이 리더가 돼 작업장의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고무적이다.

2017년 국내 업무상 사망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총 250만7364개 사업장에서 사망자 964명이 발생해, 사업장에서 사망자 발생확률은 0.038%/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망사고 발생을 사전 예고하는 중상, 경상, 아차사고 또는 불안전한 행동·상태는 사업장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안전시스템 운영과 개선활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아차사고, 응급처치사고를 관리하지 않는 사업장은 사망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다. 정부가 사고사망만인율(이하 ‘만인율’)을 2016년 0.53에서 2022년 0.27(사망자 500명 이하)로 줄이려면 2019년부터 매년 120명씩 줄여야하나 줄지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예방활동보다는 불시점검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OECD국가들의 만인율(2015년)은 영국 0.04, 독일 0.15, 일본 0.17, 미국 0.35, 한국 0.53으로, 한국이 1.5~13.3배 높아 안전후진국임에 틀림없다. 유럽은 최근 노사가 손잡고 ‘0’에 도전하고 있다.

사망사고를 대폭 줄이려면 위험성평가가 핵심전략이다. 현재 산업계에서 사용중인 안전분야의 위험성평가기법은 다양하지만,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선 JSA, 4M, KRAS 등의 기법을 활용해 잠재된 위험시나리오를 최대한 많이 도출해 지속적 개선을 해야 한다. 위험성평가팀에는 최소한 해당 작업, 공정을 잘 아는 관리감독자(반장) 및 작업자와, 산업안전보건법규들을 잘 아는 안전관리자가 포함돼야 한다. 위험성평가한 결과는 변경이나 사고 발생시마다 검토하고, 신입사원 교육교재로 활용한다. 특히 추락사, 질식사, 감전사, 압사, 화재 등 5대 위험작업은 중소기업도 작업전 안전점검, 위험성평가, 안전보호구, 안전교육, 가동전 안전점검 등의 안전조치를 포함하는 안전작업허가제도와 작업중 안전감시자 배치를 성실히 실시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이 불경기속에 사람과 조직관리가 어려워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정부는 강력한 기술·자금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공업화는 유럽국가보다 150년 늦게 출발했는데도 거의 다 따라왔지만 안전(위험성평가 기준)은 아직 약 30년이 뒤져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속에 지름길로 먼저 가려고하는 안전불감증에 있다고 하지만, 실체적인 면에서 보면 안전교육체계 미비에 있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학교, 사회, 산업현장까지 안전교육을 지속 실시해왔지만 우리는 근래까지 산업현장에서만 안전교육을 했다.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초등학교부터 생애맞춤형 안전교육모듈을 개발·시행하고 있으나, 부모로 하여금 유아시절부터 가정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유도해 체질화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당장은 안전교육 강화와 함께 우리의 고질적인 안전저해 요소인 안전설비 미비, 안전수칙 미준수를 막기위해 안전점검과 감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박현철 울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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