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 떨려
호흡 가빠지고 가슴 답답하면서 통증
당장 죽을 것 같은 극도의 두려움 동반
약물·인지행동치료 병행땐 완치 가능
막연한 공포 통제하는 방법 터득해야
발작 전개과정 찾아내 기록하면 도움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KTX 열차 내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숨이 막히더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이다. 이 열차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엄청난 일이 생길 것 같은 공포였다. 잠시 장소를 옮겨 시간을 보내니 금방 괜찮아졌다. 말로만 듣던 ‘공황’이었다. 이후에도 출퇴근길에서 자가용을 몰고 가다가 같은 증상이 반복돼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스럽다. 대부분의 사람이 김씨처럼 공황과 비슷한 상황을 한두 번 경험하지만, 그것이 공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김빛나래(사진)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공황장애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 김빛나래(사진)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

공황장애는 갑자기 가슴과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몸이 떨리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어지럼증, 식은땀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도 찾아온다.

그리고 공황발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황발작이 발생하면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신체적, 심리적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 생활이 어려워진다.

김빛나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유전적, 생물학적인 취약성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 등의 외부요인이 작용하게 되면, 심계항진, 발한, 몸의 떨림, 숨 가쁨, 질식감, 흉통, 어지러움, 감각이상 등의 생리적 경고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동반되며, 이를 공황발작이라 한다. 이것은 증상에 대한 과잉 경계, 즉 예기 불안을 일으키며, 이를 피하기 위한 회피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공황장애라 한다”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다.

김 전문의는 “불안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이다. 불안이 파도라면, 공황은 해일에 비유할 수 있다. 불안의 3요소인 ‘생각’ ‘생리반응’ ‘행동’은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심한 생리적 반응의 경험은 내가 잘못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대 해석하거나 재앙적인 결과를 예측하게 만든다. 이는 공황발작이라는 증상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일어나는 기전이다. 결국 불안에 대한 불안, 공포에 대한 공포로서 악순환이 되면 생리적 경고반응 또한 더 심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과도한 불안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공황장애는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따라서 공황장애로 의심될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공황장애의 치료는 불안의 3요소 고리를 끊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약물치료는 공황의 신경회로 모델이나 신경 화학적 이상에 작용해 생리반응 및 연관된 감정 상태를 조절하는 치료다. 약물치료는 효과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환자들이 약물의 부작용이나 의존성에 대해 염려하는 모습히 흔하게 관찰된다. 따라서 약물치료만으로는 예기 불안이나 회피 행동의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약물치료에 더해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질병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인지를 인지적 재구성 등의 기법으로 교정하고, 환자가 회피하던 상황에 치료적으로 노출시키는 등의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정신치료 방법이다.

김 전문의는 “막연함에 대한 공포를 조절하기 위해 공황에 대한 교육을 통해 증상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불안의 3요소 등 개념을 제시한다. 공황발작의 전개 과정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것도 도움된다. 이를 함께 보고 다루는 과정이 공황이라는 높은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환자가 가진 공황의 요소들을 탐색하고 환자만의 악순환 고리를 찾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인지적 재구성이란 각 상황마다 증상에 영향을 주는 역기능적 생각, 즉 자동적 사고가 어떠한지 인지모델을 기반으로 탐색하고, 질문을 던지며 자동적 사고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공황장애에서 흔히 관찰되는 자동적 사고에는 ‘심장마비가 오거나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습을 남들 앞에서 보여 망신을 당할 것이다’와 같은 것들이 있다.

공황장애의 최종 결과라 할 수 있는 회피행동에 대해 노출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김 전문의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신체증상을 경험하고 대응하게 하는 자극감응훈련, 공황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상상 훈련이나 실제상황 훈련이 이에 해당한다. 노출 치료는 공황을 회피하지 않고 그 감소를 경험해보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불안 자체는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이다. 삶에서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가능하지도 않다. 치료는 과도한 불안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치료의 목표는 숨이 차거나 두근거리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회피행동을 줄여 사회적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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