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진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영양성분 결핍·골수 이상 등으로 발병
당뇨·간경화등 만성질환에 동반되기도
어지러움·피로감·운동능력 저하 나타나
국내 빈혈환자 대부분 철결핍성에 해당
노인·위염환자는 비타민 B12 결핍 주의
재생불량성은 조혈모세포 이식수술해야

평소 우울감을 자주 느끼며, 무기력하다면 우울증이 아닌 빈혈일 수 있다. 빈혈은 혈액 세포 중 빨간 피, 즉 적혈구와 적혈구 내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감소한 경우를 말한다. 빈혈로 인해 혈류량이 부족하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뇌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유진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빈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콜라색 소변 보면 ‘빈혈’ 의심

빈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적혈구를 만드는데 필요한 영양성분이 결핍돼 발생하기도 하고, 혈액암과 같이 혈구를 만들어내는 장기인 골수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기도 한다. 또 혈구가 잘 만들어졌으나 생성 이후 파괴되는 용혈 또는 출혈성 빈혈도 있고, 여러 과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암, 당뇨, 감염, 신부전, 간경화 등 만성질환에 동반되는 빈혈도 있다.

빈혈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빈혈이 진행되면 어지러움, 피로감, 쇠약감 등이 느껴지며 손과 얼굴이 창백해지고, 모발이 거칠어지거나 탈모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할 때 이전과 달리 숨이 빨리 차는 등 운동능력도 저하된다.

이유진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변을 잘 관찰해서 석류주스 색깔 또는 콜라색이 아닌지 잘 살피고, 대변의 경우 피가 묻어나오는지, 또는 짜장소스처럼 진득한 검은색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위·대장내시경 및 소변검사를 받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통해 혈액암 여부도 확인해야

빈혈이 확인되면 어떤 원인에 의한 빈혈인지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피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를 통해 영양부족, 출혈, 용혈 및 골수부전에 대해 순차적인 검사를 진행한다.

이유진 교수는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다발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의 초기 증상으로 빈혈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백혈구나 혈소판 이상이 같이 발견된다면 혈액암 가능성이 높아진다. 빈혈이 확인된 경우 추가 백혈구 및 혈소판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혈액암 증상은 처음에는 기운 없고, 어지럽고 피곤하다든지, 입맛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빠지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멍이 자주 든다든지, 코피나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는 증상도 혈액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교수는 “혈액암은 감기, 몸살 증상이 몇 주동안 오래 지속되거나 열과 식은땀이 지속되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은 노인들에게는 평소에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혈액암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검사를 통해 명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결핍성 빈혈, 생리양 많은 20대 여성 취약

빈혈 검사시 영양 결핍이 확인된다면 원인을 찾아서 교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된다.

국내 빈혈 환자의 90% 정도는 철결핍성 빈혈 환자다. 소아·청소년이나 생리량이 많은 20대 여성이 대부분 철결핍성 빈혈에 해당된다. 이땐 부족한 철분을 보충해 적혈구 수치를 높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이 교수는 “평소 철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철분은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육류와, 생선·닭고기·녹색 채소 등에 많이 들어있다. 특히 과일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철분의 흡수율이 증가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비타민B12 결핍성 빈혈, 노인·위염 환자 취약

비타민B12와 엽산 보충도 중요하다. 나이 든 노인에게서 나타나기 쉬운데, 평소처럼 비타민B12를 섭취해도 소화 기능이 나빠져 비타민B12의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위 절제 수술 후 합병증으로 비타민B12 결핍성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 교수는 “비타민B12는 조개, 생선, 고기, 계란, 유제품에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엽산의 경우 채소, 과일에 풍부하다. 그런데 음식을 골고루 먹더라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부족한 성분을 주사제로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재생불량성 빈혈, 난치성질환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기관인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 적혈구 자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생긴다. 이는 철분이나 비타민B12를 보충해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으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이땐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해야 이식수술을 할 수 있다. 형제 등 가족으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환자가 10~20% 정도이고, 타인과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할 확률은 2만명당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환자는 계속 수혈을 받아야 한다.

끝으로 이 교수는 “혈액은 술이나 약물이나 건강식품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혈액 수치에 이상이 생겼다면 섭취했던 것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서 조기에 진단해 치료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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