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다" "열이 치밀어 오른다" "삶이 허무하다"…

 이러한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되면 "화병"에 걸린 것이라는 진단기준이 나왔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박동건 교수팀과 공동으로 화병을 올바르게 진단·평가할 수 있는 "화병진단 표준 면접지"를 개발, 최근 열린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인 고유 질병이면서도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과 구별이 어려웠던 "화병"에 대한 진단기준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지는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도 화병을 의심해 볼 만하다.

 입 또는 목이 자주 마를 때,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릴 때,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화병"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진단기준이 경희의료원 화병클리닉과 고려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에 입원 치료중인 환자 55명에 대한 실험과 전문가 토의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신뢰도 88%, 타당도 84%로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교수는 "화병은 한국 고유의 문화관련 증후군이면서도 정확한 진단기준과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도구가 없었다"며 "이번 진단도구 개발로 화병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평가, 치료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마련한 화병의 진단기준 가운데 12개 자가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김 교수는 이 체크리스트 가운데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됐다면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했다.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진다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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