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과거 기업의 윤리경영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수행하는 최소한의 활동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의 사례에서 보듯 윤리경영은 기업의 단순히 부가적이고 장식적인 기능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적 요소이며,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지고 있다. 의료제품과 생활용품 회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슨앤존슨(Jonhson & Jonhson)는 1982년 자사제품인 타이네놀의 일부 제품에 범죄자가 의도적으로 독극물을 주입한 사실을 인지하고, 막대한 재정적 손해와 브랜드이미지 타격에도 불구하고 즉각 제품을 회수하여 폐기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 결과 오히려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미국의 엔론(Enron)사는 파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극찬 받았고, 심지어 파산 전해인 2000년에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꼽힌 신뢰받는 기업이었지만, 이면에선 수년간 차입금에 의존한 무리한 신규투자로 입은 막대한 손실을 숨기기 위해 교묘하게 회계부정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기업의 생존에 있어 투명성과 윤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윤리의 문제는 비단 기업차원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좌우한다. 지난 1월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45위로 전년대비 국가 순위가 6단계가 상승하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국정 과제중 하나로 ‘부패인식지수 20위권 도약’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이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반부패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운영,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출범, 채용비리·갑질 근절 등 부패현안에 적극 대응하였다. 역대 최고의 부패인식지수 개선을 달성한 것은 정부의 반부패 개혁의지와 노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렴한 사회구현을 위해서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전 국민의 평생직업시대를 지원하고 있는 산업인력공단에서도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여 고위공직자 부패위험성 진단, 청렴우체통 운영 및 청렴웹툰 제작 등 다양한 노력으로 정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3년연속 최고 등급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변화하고 개선되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행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직공직자의 80%가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개선되었다’고 답한 반면, 일반 국민은 38.4%만이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윤리성에 대해 상당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민간 부분에 있어서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않다.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불붙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강연에서 ‘기업의 목적은 사회공헌이 아니라 성장을 통한 이윤창출이다’고 윤리경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기업들은 그러한 인식의 단계를 완전히 탈피하였는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대리점의 밀어내기 관행, 납품비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뉴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 때문에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이는 혁신(Innovation)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말이다. 브레이크는 본래 달리는 차를 세우는 장치인데, 바로 그 도구로 인해 차를 더 빨리 몰 수 있다는 관찰은 사물에 내재한 역설의 한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있는 갑질 및 직장내 괴롭힘 등 우리사회에서의 몇몇 윤리적 일탈행위들은 70여년 전 타계한 이 위대한 경제학자의 어록을 새삼 상기시키고 있다. 청렴과 윤리경영이라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존재할 때 기업과 사회는 보다 빨리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울산지역의 경제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제조업이 발달한 울산은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보다도 기업간 거래와 기업 내 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윤리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울산경제의 부흥을 위해서는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하드웨어 기술부문에서의 혁신뿐만 아니라 투명성 제고 및 윤리경영 등 기업운영의 소프트웨어 혁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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