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도 어렵지 않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한 이후 양국의 대응이 더 격렬해질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중단됐거나 끝난 것은 아니다. 잠시의 소강상태인만큼 내부의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더욱 세심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울산은 우리나라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도시다. 자칫 방만해져서 내부 분란을 야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울산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의 노사협상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나란히 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다. 이들 두 기업 모두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당장 큰 영향을 입는 기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본과 무관하지는 않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나온 직후 가장 먼저 조선업에 보복성조치를 가해왔다. 지난해 11월 ‘한국정부가 조선업계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일본 조선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대우해양조선 인수에 핵심 절차의 하나인 기업결합심사에 일본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자동차도 부품국산화율이 95%에 달하는 내연기관차는 일본의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의 경우에는 그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수소차 내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포장재 역할을 하는 파우치필름에 대한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66%, 85%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두 기업 모두 비상시국임에 틀림없다.

여름휴가를 끝낸 두 노조는 각각 12,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임단협 관련 일정을 논의한다. 추석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노조가 강경투쟁에 나선다면 울산지역 경제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해 놓고 있다. 대내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노사 모두 합리적 대화를 통해 빠른 협상을 도출해야 한다. ‘담장 안에서 싸우던 형제도 밖에서 모욕을 당하면 함께 막아낸다(형제혁장 외어기모)’고 하지 않는가. 양보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노조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기업의 미래,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나 몰라라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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