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이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를 요청한 지 벌써 7년째다. 2012년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및 가정법원 울산유치위원회’를 설치해 10만 서명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가정법원 설치가 성사돼 2018년 개원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는 이루지 못해 2심(항소심)사건의 재판을 위해 여전히 부산고등법원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운동이 다시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울산원외재판부유치위원회가 발족하고 시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대법원에 원외재판부 유치건의서도 제출했다. 10만명을 목표로 시작한 시민서명운동은 목표를 훌쩍 넘어 16만명에 이르렀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과 유치위원회는 12일 대법원을 방문해 시민 서명지를 전달했다.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대법원에 고스란히 전해져 빠른 시일내 성공적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광역시 또는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 중 고등법원 또는 고법 원외재판부가 없는 도시는 울산이 유일하다.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에 고등법원이 소재했고 올해 3월 수원에도 고등법원이 개원했다. 원외재판부도 춘천·창원·청주·전주·제주에 설치돼 있었고 울산과 함께 원외 재판부 설치를 요청했던 인천도 올해 3월에 개원했다. 이로써 울산은 전국의 대도시 가운데 사법환경이 가장 낙후한 도시가 됐다.

이날 송시장은 대법원에 서명지를 전달하면서 “울산은 청주·춘천·제주에 비해 항소심 건수가 적지 않다”면서 “낙후된 사법 환경 개선을 위해 고법 원외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에 원외 재판부 설치가 안되는 이유는 사건수가 대법원 행정처가 만든 내규에 미달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지방법원 관할인 울산·양산을 합치면 인구가 150만여명에 이른다. 청주시 인구는 83만여명이고, 춘천시 인구는 28만여명에 불과하다.

울산에서 부산까지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따른 불편과 불익은 적지 않다. 시간과 비용은 물론이고 증인출석의 어려움, 재판부의 원거리 현장검증을 꺼림에 따른 증거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공정한 재판을 해칠 수도 있다. 도회근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사법정책과 지방자치 실현’ 주제의 콜로키움에서 “시간과 거리 불편으로 법원 접근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국민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장애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은 누구나 공정·신속·편리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대법원이 이번에는 울산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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