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항에는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지방법원판사는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나 긴급체포된 피의자, 현행범인인 피의자의 경우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호주, 가족이나 동거인 또는 고용주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다. 이 경우 피의자 이외의 자는 피의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서도 그 심문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피의자나 위에 열거된 사람들이 법원에 심문을 신청하면, 법관이 직접 피의자를 심문해 구속 사유가 충족되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한 뒤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구금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바로 영장실질심사이다.

 이 제도는 수사상 필요에만 입각한 무분별한 인신구속의 남발을 조기에 막아 수사권 남용을 억제함과 동시에 형사절차에 있어서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인바, 1997년 형사소송법에 도입된 이래 그 실효성이 입증되어 오고 있다.

 대법원의 자료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제가 도입되기 전인 1993년부터 96년까지 구속영장 발부율은 각각 94.0%, 93.0%, 93.2%, 92.6% 등 90%를 웃돌았으나 이 제도 도입 첫해인 1997년에는 82.2%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후 98년 85.8%, 99년 86.4%, 2000년 86.7%, 2001년 87.4%, 2002년 86.8% 등 줄곧 80%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장발부건수는 93~96년 사이에 연간 13만6천여~14만9천여건에 달하던 것이 지난해 10만여 건으로 줄어드는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건수도 영장실질심사제 시행 이전에는 93년 15만8천여건, 94년 14만6천여 건, 95년 15만4천여건, 96년 15만4천여건 등으로 나타났으나 이 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97년에는 14만4천여건에서 98년 16만4천여건으로 다소 증가하기도 했다가 99년 12만9천여건, 2000년 12만2천여건, 01년 12만1천여건, 02년 11만5천여건 등으로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구속영장 청구율 및 발부율 감소추세는 강력범죄가 갈수록 줄어서가 아니라 법원이 혐의만 부각된 검찰의 수사기록만 보고 영장을 발부하는 것보다는 피의자의 소명을 듣고 판단하다보니 발부율이 낮아진 것이고 따라서 검찰도 영장청구에 신중해져 영장발부청구건수도 감소하게 되는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종래 위 영장실질심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구속영장발부 전에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나 긴급체포된 피의자, 현행범인인 피의자의 경우 미리 법원에 영장실질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나, 수사주체인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이와는 모순되는 의미의 영장실질심사 청구의사를 확인하여 기재하게 함으로써 그 운영이 다소 형식적으로 흐른 면도 없지 않았다. 또 신청에 의하여만 개시되게 되어 있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피의자들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영장실질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는 고지를 해주더라도 피의자의 권리의식 미비로 인하여 혹은 제도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신청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 또한 발생, 그 혜택을 향유하지 못한 면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한변협은 97년 영장실질심사제의 도입이후 줄기차게 위 제도의 사실상 모든 피의자에 대한 확대를 주장해 왔었던 것이고, 유엔 인권이사회(자유권규약위원회)도 99년 11월5일 우리정부에게 위 제도의 개정을 권고하며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신청에 의한 임의적 영장실질심사제도는 "형사상 체포·억류된 자는 누구나 즉시 법관 기타 사법관에게 인치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자유권규약 제9조 제3항과 배치되는 규정임을 지적한 바도 있었다.

 다행히 법무부가 이번에 필수적 영장실질심사제의 연내 입법화를 목표로 현재 내부에서 입법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아무쪼록 위 제도 개정이 국민 인권신장의 또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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