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의 공공버스. [일간 라 레푸블리카=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일정하지 않은 배차 간격과 잦은 파업 등으로 '시민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인 이탈리아 공공버스가 이번엔 산통을 시작한 임부를 강제로 하차 시켜 비난을 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부 나폴리에 사는 28세의 임부인 페데리카는 몇주 전 길을 걷다 갑자기 산통을 느꼈다. 출산을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은 때였다.

    다행히 자신이 평소 이용하는 병원으로 가는 버스가 곧바로 정류장에 섰고, 페데리카는 승차권을 살 겨를도 없이 버스에 힘겹게 올라탔다. 그 와중에 산통은 점점 심해졌다.

    문제는 그 직후 발생했다. 갑자기 올라탄 검표원이 페데리카가 승차권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검표원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페데리카의 표정을 본체만체하더니 벌금을 매기고 떠났다고 한다.

    다행히 페데리카는 힘겹게 걸음을 옮겨 무사히 병원에 도착했고, 딸을 순산했다.

    그는 이후 버스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당시 상황에 비춰 벌금을 물리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벌금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안 된다"며 이의를 기각했다.

    1회 승차권 요금인 1.5유로(약 2천원)의 약 50배인 71유로(약 9만5천원)를 벌금으로 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페데리카는 "산통이 있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부탁했음에도 응급실로 데려가거나 어떤 식으로든 도우려고 하기는커녕 벌금을 물리고 강제로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관련 보도에서 '평소에는 느려터진 나폴리 버스가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벌금을 물렸다'는 취지로 신랄하게 비꼬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