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규 울산시민안전포럼 부대표·가스기술사 영남지회장

소득수준에 걸맞은 안전의 격(格)을 갖추고 있는가. 사회적 시스템에서 안전(安全)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가. 1인당지역내총생산(GRDP)이 3만달러인데 우리의 안전의식이나 사회시스템은 여전히 수준미달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안전과 직결된 의사결정 행위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기업체, 학교, 병원, 숙박시설 등 다중이용 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폭발 사고 현장을 보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종 건물의 전기시설 등 내부에는 최초 공사시의 흔적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곳도 있다. 스티로폼, 종잇조각, 단락된 케이블, 그라우팅 시멘트조각, 규격 미달의 전선까지 안전예방적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용납돼서는 안되는 현장이다. 가스용기에는 충전기한이 초과된 용기, 가스용기의 실내보관, 가스검지기의 전원차단, 호스3M 초과시설, 가스밸브, 후랜지 볼트·너트의 부식 등등 불합리한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안전관리 책임소재의 불명확, 전문성 결여, 안전의식 부재, 방화셔터의 작동기능불량, 건축대장의 비현실화, 시설정보의 미비 및 비현실화, 위험물의 혼재, 건물사이와 옥상의 쓰레기 등, 시공·감리·운영·관리자들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과 조직은 물론이고 사회적 시스템에서 안전에 대한 리스크를 망각한 것인지 오늘도 하늘, 바다, 땅에서 반복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Accedent)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안전의 국격(國格)이 안타까움을 넘어 부끄럽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원인은 다양하다. 편향된 의사결정으로 시스템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고 전문성 없는 인사와 의사결정으로 안전사고를 자초하면서 사회적으로 안전의 격(格)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안전 수준은 곧 국격이다. 사고가 난 뒤 더 안전해 질 수 있는 사회적 안전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수없이 많은 사고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 빨리 전문성과 경험이 갖춰진 선진국형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김남규 울산시민안전포럼 부대표·가스기술사 영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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