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진숙 울산시 남구 달동

2018년 4월26일 개관한 울산도서관은 생각과 생기 그리고 생명이 넘치는 책들의 보물창고다. 울산시민들의 간절한 여망과 기대를 안고 시내 곳곳에 흩어진 크고 작은 도서관들을 총괄하는 대표도서관으로 힘찬 출발을 했다.

현재 울산에는 공공도서관이 18곳, 작은도서관이 170여곳 있다. 운영주체는 공립, 사립, 개인 등으로 다양하다. 울산도서관이 개관하기 전에는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서 여타 도서관들과 협력기반을 다져왔다.

울산도서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울산지역 도서관의 장서 수 215만여 권 중 4곳의 공공도서관에서 53%(114만권)를 점유하고, 열람석도 38.4%(2,400여석)를 차지하고 있다. 오래된 도서와 자료 등 인프라는 아직까지 공공도서관이 다소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울산도서관은 늦게 개관했지만 명실상부한 울산의 대표도서관이다.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소임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동안 집주변 가까이 있던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은 무언가가 부족했고, 이용자들이 누리는 혜택도 제한적이고 미흡했다. 울산도서관 뜰에는 달팽이모양의 101인의 책상이 있다. 101마리 원숭이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한 상징물로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생각이 널리 전파되길 바라는 울산도서관의 염원을 담은 조형물로 보인다. 울산도서관이 울산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문화공간으로서, 시도 단위의 도서관 업무를 총괄하는 도서관의 도서관으로서 빨리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울산도서관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방학 땐 평소보다 2배 이상이다. 어린이에서 노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드나들고 있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흔히 북캉스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기특하고 유쾌하다. 가족단위로 도서관 구석구석 옹기종기 모여 책 읽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울산의 문화수준, 시민들의 지적수준을 높여주는 도서관의 역할도 막중해 보인다.

필자는 울산도서관 가까이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밤에 여천천을 산책하며 환하게 불이 켜진 도서관을 보기만 해도 맘은 부자가 된다.

올해부터 울산도서관에서 주1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직장에서 사회로 생활무대를 옮겨 자유인으로 살아 온지 5년째 접어든 올해 초 작심하고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온전히 봉사하는 날로 못 박아두었다. 도서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미미하지만 지역과 시민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니 뿌듯하다. 자유시간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아직은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으니 소속감은 물론 건조하고 밋밋한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소소한 보람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 눈동냥 귀동냥은 덤이다.

도서관은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생각이 자라고 지식이 자라고 지혜가 자라는 곳이다. 새로운 책과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언제나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기에 도서관이 옆에 있으면 든든해진다.

이제 겨우 첫걸음 내디딘 울산도서관에는 아직 소장도서가 다른 공공도서관에 비해 다소 부족한 편이다. 특히 이곳을 왕래하는 대중교통도 뜸하거니와 주차시설까지 턱없이 부족해서 불편함도 따른다. 내적 인프라는 시간이 흘러가야 점차 채워지겠지만 외부환경은 운영자의 소신과 철학, 실천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늘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두고 애정 어린 관심과 노력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세련되고 멋진 최신식 울산도서관에서 필자의 눈에 다소 거슬리는 것이 있다. 플라스틱 조화로 꾸며진 실내인테리어가 바로 그것이다. 서가 주변이나 자투리 공간을 채워주는 올망졸망한 화분이 진짜처럼 착각되는 생명 없는 딱딱한 인조제품들이어서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도서관이라는 품위 있는 장소와도 어울리지 않거니와 건물의 품격까지 떨어뜨리는 것만 같다. 물론 비용이나 관리 문제로 그리 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인만큼 공기를 정화해주는 살아 있는 식물 화분으로 바꾸면 천연공기정화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 분명하다. 우진숙 울산시 남구 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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