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최강국
자동차 부품 국산화도 최고 수준
日 수출규제, 발전기회로 삼아야

▲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2019년 1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SEMICON KOREA’라는 행사를 참관한 적이 있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진행하는 행사였는데 그 행사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00여 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한 그 행사는 코엑스의 전체 전시관을 사용하고 있어 그 어떤 행사의 규모보다도 큰 행사였다. 그것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을 가진 우리의 국력과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1983년 초,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결단은 30여년이 지나 대한민국을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제재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 많은 기술들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응원 속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의연하게 대처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극복하게 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인지는 제시된 바가 없어 답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억800만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발표하고,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글로벌 파운드리 포럼 행사인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포럼을 일본 도쿄에서 계획하고 있다. 이를 무모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나 기술 등의 해결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행보로 보여진다.

울산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끝없는 혁신을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주역이 된 현대자동차가 있다. 모델별로 수 만개의 부품이 요구되고 매번 새로운 기술을 수용해야 하는 자동차 생산에 있어 온전히 우리의 기술로만 채워 넣는 것이 쉽지 않은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부품 국산화’에 대한 강력한 의중에 따라 현대자동차 그룹의 부품 국산화율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수소전기차의 부품까지 거의 국산화되어 있다고 하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수소전기차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9%라고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볼보(Volvo) 트럭이 장애물에 대응해 자율로 급정거하는 영상, 아우디 승용차가 자동주차를 하는 영상을 보며 마냥 신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네시스의 자율주행 테스트, 현대 트럭의 자율 주행 테스트 영상을 덤덤히 시청한다.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체인 웨이모(Waymo)는 자율주행차에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많은 시간의 시험을 거친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조만간 ‘로보택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율주행차는 기존의 자동차에는 없던 다양한 형태의 정보기술이 탑재되게 된다. 특히 사물인터넷으로 불리는 IoT 기술이 기반이 된다. 카메라, 원거리·단거리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센서, 초음파 센서 및 기기 구동을 위한 장비(Actuator)들이 배치되게 된다. 또한 추가적으로 카카오의 인공지능 비서, 정보 제공 또는 승객의 즐길 거리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장비가 추가된다.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오는 자동차들에 탑재되는 IT 장비들은 차량 운행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해킹 문제가 존재해 불법적 의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기술이 없다면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차 그룹도 이에 대비해 연구개발(R&D)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내, 국외의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 문제들에 대한 풀이 법을 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반도체에서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종가인 울산도 잘 짚어보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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