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최근 사회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하고도 ‘고등학생 논문 제1저자’ 등의 스펙을 쌓고, 해당 스펙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불공정에 분노한 촛불 집회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입시 제도를 점검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한 번에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차라리 수시 입학 제도를 다 없애고 100% 수능을 통한 정시 제도를 도입하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쉼 없이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잘 푸는 수능식 인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아인슈타인이나 빌게이츠도 한국 교육제도를 겪었으면 빛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는가.

필자는 대학의 고등교육을 개선할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역설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국가이며,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해 각 분야 세계 1위의 타이틀을 가진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한국이 왜 교육 분야에서는 항상 자신이 없는 것일까? ‘세계 속의 기업’과 ‘국내용 대학’의 차이는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 교육 정책에 있다고 본다.

우리 대학은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교육 내용, 학과 신설, 정원 증감까지 모두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또한 대학이 학문적 성과나 아웃풋(졸업생의 실력)으로 사회에서 평가받기보다 정부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재정을 보충하다 보니 대학의 서열이 고정되고 ‘대입 성공 = 인생 성공’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대학의 자체적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이 학비만 내면 다 졸업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높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 학사 일정의 강도를 올리고 졸업 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 대입 자체의 공정성 시비도 줄어들 수 있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졸업과 함께 성과를 얻게 되는 사회 분위기도 형성할 수 있다.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대학들이 정부의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될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입시의 공정성과 교육의 혁신성을 함께 고려하는 교육 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의 입시 공정성과 대학 교육의 평가체계를 고려하면 정시 비율을 유지하거나 늘려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아웃풋으로 사회에서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학이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하고 교육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졸업생의 아웃풋이 좋으면 사회적 평가에 의해 명문대학이 되고 기부금 등으로 대학의 재정도 좋아지는 것이고, 입시 부정 등을 통해 대학 아웃풋이 나빠지면 자연스럽게 대학도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대학이 자율로 정한 절차를 잘 지키는지에 대한 감독 역할은 계속해야 한다.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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