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납품 실적은 있나요?” 중소기업 사장님이 제품개발 후 판매를 위해 미팅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라고 한다. 창업해서 개발한 제품이니 실적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매처에서는 납품 실적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구매담당자도 최악의 상황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두고 싶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창업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도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 등 안정적인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을 의무 구매하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를 총칭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구매총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제품으로 구매토록 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 특정제품 구매시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제한경쟁 또는 중소기업자 중 지명경쟁 입찰방법에 따라 조달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 아닌 일반제품의 경우 공공기관이 일정금액 미만 조달구매시 중소기업자간 제한경쟁을 의무화하는 ‘중소기업자 우선조달제도’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울산시는 시가 출자·출연해 설립한 기관 및 지역 공공기관이 관내 중소기업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중소기업 판로개척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케 하는 ‘울산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같은 다양한 중소기업제품 판로지원 제도를 통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액은 85조원, 86조원, 92조원, 93조원으로 매년 증가했고, 공공기관 구매총액 중 중소기업제품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1.1%, 73.6%, 74.7%, 75.6%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울산지역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액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조4000억원, 1조5000억원, 1조8000억원, 1조8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공공기관 구매총액 중 중소기업제품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74%, 80%, 81%로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울산지역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비율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보다 많은 관내 중소기업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해 구매가 활성화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까?

울산은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 및 시설물의 물품 구매와 공급 등을 총괄하는 조달청(지청)이 없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울산지부가 울산공제사업센터로 변경돼 그 규모가 축소되면서 중소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자체와 지역 내 경제단체 등에서는 조달 관련 기관의 유치와 중소기업중앙회 지방조직의 확대 등 인프라 조성에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제품 구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중소기업제품 중에서도 성능인증제품, NEP, NET,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성공제품 등 16종의 우선구매 대상 기술개발제품은 별도의 입찰절차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구매가 가능하다. 우선구매 대상 기술개발제품을 구매한 공공기관 담당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품 구매로 생긴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지역 기업의 기술개발제품 구매에 적극 동참하고,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사업에 함께 참여해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한다면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한 현행 제도와 향후의 노력들이 더해져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판로가 확대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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