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위기에 직면하여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예를 들면 중요한 정치적 결단, 죽음, 결혼 등등) 누구나 최선의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된다. 비록 특정조직, 특정사회에 소속되어 양육되었다 할지라도 매우 다양한 도덕적 쟁점에 직면했을 때 정당한 판단은 복잡한 개념들에 관한 지식, 보편적인 사실들, 그리고 각 사례의 정확성, 다양한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가지는 능력과 자발성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누구나 도덕적 다원주의의 견지에서 생각하고 도덕적 진리는 보편적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특히 현대사회의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데 정책을 달리하는 타 정당의 지도자에게 자기와 같은 세계관을 강요하는 것은 연관된 것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하게 됨은 헌정사에서 우리는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가최고지도자인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점을 다시 한번 깊히 성찰해 주셨으면 한다. 지난 9월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인 오찬에서 "정몽준 의원은 거래가 안되는 사람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인신공격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정몽준 의원이 몸담고 있는 정당은 19일 즉시 반박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이 언급한 "김민석, 신낙균 등이 정동영을 단상으로 밀어내고"라는 한 부분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신 대표는 당시 단상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으며, 한 정당의 전·현직 대표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통합과 지역구도의 극복을 위해서 두 사람은 단일화 약속을 하였고 훌륭하게 그 약속을 지켰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한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다른 한사람은 혹독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 사죄하였다.

 인신공격(Ad Homineum)은 문자 그대로 "그 사람을 향한 것"을 의미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대개 인신공격은 자신의 견해에 대한 객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 어려운 작업에 좌절하여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방법을 지름길로 시도한다.

 하지만 이는 윤리적으로 온당하지 못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이렇게 공격해서야 되겠는가. 그는 국민 앞에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가. 그는 당원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정책 공조를 할 것이니 불안해 하지 말고 표를 모아달라고 호소하지 않았든가. 대선 전날 지지철회 사태의 본질은 노 대통령의 말대로 누가 누구를 밀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변화를 바라는 단일후보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통합21과 민주당이 합의한 정책공조 약속을 당시 노 후보가 파기했다는데 있다고 본다.

 상대에게 모욕을 주면서 후보단일화 과정을 "동업"이나 "거래"로 희화하는 것은 정치도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필자만의 시각일까. 인신공격은 안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거래가 안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지 간에 왜 거래가 안 되는지 객관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필자는 여전히 그를 우리나라의 유망한 차기지도자로 생각하고 있다. 논점을 증명할 수 없을지라도 그 이유는 제시되어야 한다.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지적으로 존경할 만한 행동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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