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찬호 울산상공회의소 이사

지난 3개월 동안 진행되어온 현대자동차 임금단체교섭이 지난 2일 조합원 총회를 통과하며 마무리 되었다.

8년만에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 하였다니,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민들은 매년 이어진 현대자동차의 파업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 보았다.

올해도 결렬선언, 쟁의권 확보 등 예전과 같은 수순으로 흘러가는 듯 했던 분위기는 현대자동차 노사의 대외 경영환경에 대한 공감대로 인하여 반전을 맞았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그리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촉발된 경제 전쟁으로 더 큰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 노사는 교섭을 갈등 없이 마무리함으로써 지역민, 나아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다.

또한, 장기간 끌어온 통상임금 문제를 법적 해결이 아닌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한 것은 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더욱 고무적이다.

국내 상위 수준의 임금을 받는 현대자동차에서 최저임금 미달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번 임금체계 개선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복잡한 각종 수당체계를 단순화 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임금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마련되어 그 의미가 더 크다.

그리고 이번 합의에서 상생협력 및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선언을 통하여 부품협력사 지원을 강화 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 교섭에서 협력사 경영지원 대출(1000억원),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 자금 대출(935억원), 협력사 신기술 확보 및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프로그램 지원을 합의함으로써, 보호무역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지역에 있는 부품 협력사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현대자동차 임단협은 노사가 인내를 가지고 대화로 풀어나가며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함은 물론, 상생의 노사문화를 통한 기업의 지속발전이라는 희망을 엿보게 하였다. 오랜 협상기간 중 수고한 노사 모두에게 격려와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계속 진행형이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멕시코, 인도 등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미래자동차,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두고 글로벌 메이커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 교섭을 현명하게 마무리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미래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지 못한다면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계속 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너무도 단순하다. 바로 이번에 위기 가운데 발현된 현대자동차 노사의 공동체 의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인 품질과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고객에게 적기에 인도하는데 한 치의 차질이 없어야 한다.

또한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미래자동차 개발에 있어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부품 협력사들도 함께 성장하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번 타결을 계기로 앞으로 8년만의 무분규 타결이 아니라 80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에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되길 기대하며, 또한 모처럼 찾아온 지역 자동차 산업계의 상생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점검과 지원도 요망해 본다. 최찬호 울산상공회의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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