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120㎏짜리 열차 창 붙이는 일 시켜…기술 대신 일어만 배워"아사히신문 "일본 대표 대기업 자세에 의문"…후생노동성 개선명령

▲ [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일본 대기업 히타치(日立)제작소가 외국인 기능실습생에게 기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중노동을 시켜 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일본 후생노동성(후생성)은 히타치에 외국인 기능실습생을 대상으로 한 기능실습계획 개선을 명령했다고 6일 발표했다.

    후생성은 히타치가 "인정 계획에 따라 기능실습을 행하지 않았고 기능 실습의 적정한 실시를 확보하기 위해 (계획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개선 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으나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朝日)신문은 히타치가 3년간 전기기기 조립을 가르치겠다며 작년 4∼7월 필리핀 국적 기능실습생 43명을 받아들였지만, 정부가 정한 시간만큼 실습을 시키지 않았다고 7일 보도했다.

    기능실습생은 올해 1월까지 10개월 동안 제어반 조립 등 필수 업무를 약 900시간 수행하면서 기술 등을 익히게 돼 있었으나 43명이 평균 200시간 정도 필수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나머지 시간에 기술을 습득하는 필수 업무 대신 히타치가 제조하는 신칸센(新幹線) 차량 세면대·의자·창·배관 등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필리핀 대학에서 이과계열을 전공하고서 2017년 봄 일본에 온 20세 전반의 한 기능실습생은 야마구치(山口)현 구다마쓰(下松)시 소재 히타치제작소 카사도(笠戶)사업소에서 무게 120㎏의 창을 4인 1조로 운반해 열차에 붙이는 중노동을 했다고 아사히는 밝혔다.

    그는 몸이 아파서 결국 기술자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작년에 필리핀으로 돌아가 일본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 실습생은 당국이 기능실습생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작년 7월 조사할 때 '직장에서 부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히타치의 부정을 인정했다. 히타치가 개선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명했다.
 

히타치제작소 본사가 입주한 건물[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히타치는 문제가 된 43명을 포함해 전기기기 조립 등 기술 전수를 목적으로 기능실습생 270명을 받았지만, 현재는 86명만 남았다.

    작년 7월 당국이 조사한 후 실습 계획 갱신이 인정되지 않자 히타치가 99명을 차례로 해고했다.

    히타치는 99명 중 22명은 용접으로 직종을 바꿔 재고용했으나 나머지 77명은 실습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귀국했다.

    해고된 후 귀국한 한 실습생(25)은 배수 파이프 등을 붙이는 날이 이어졌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히타치에서의 1년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험이었다. 일본어를 알게 된 것이 유일한 성과"라고 말했다.

    히타치 홍보부서는 개선 명령을 받은 것에 관해 "이미 개선했지만, 다시 한번 이번 행정처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법령 준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새로운 체류 자격을 만들고 외국인 인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자세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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